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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야초에 관한

강변 모래땅에 사는 멸종위기 2급식물 층층둥굴레

by 휘뚜루50 2021. 8. 14.

층층둥굴레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동북3성, 러시아 극동지방에 분포하는 동북아시아 특산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서울에서도 채집되었지만 현재는 절멸하였고, 전국에 국지적으로 생육하고 있지만 자생지 파괴 압력이 매우 높다. 환경부가 1989년부터 법정보호종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 현진오

▒ 강변 모래땅에 사는 멸종위기 2급식물 층층둥굴레


층층둥굴레는 40년 전까지만 해도 한강 주변에서 발견되었지만 자생지 파괴로 인해 서울에서는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4대강 사업을 통해 남한강변 모래땅에 살던 군락들도 대부분 사라졌다. 

하천 범람뿐만 아니라 각종 개발 사업에 의해 파괴되기 쉬운 곳에 살기 때문에 멸종되는 속도가 
빠른 식물이지만 세계적으로 볼 때 동북아시아에만 분포하는 특산식물이자 약용식물로서 보전
가치가 높다. 법정보호종으로 지정은 되었지만, 누구도 관심 갖지 않는 현실 속에서 자생지 
파괴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환경부가 야생생물보호법에 의해 지정해 관리하고 있는 멸종위기야생생물은 246종이고, 이 중에서 
식물은 77종이다. 국가가 관리하지 않으면 멸종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법정관리종으로 지정해 보호
하는 것이데, 식물 멸종의 원인으로는 과도한 채취, 생육지 파괴 등이 손꼽힌다.

법정보호종 중에 몇몇 종은 과거에는 서울에도 살았지만 지금은 서울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만 것들
도 있는데, 서울이 도시화되는 과정에서 식물 생육지가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서울에 살았지만 
현재는 절멸한 법정보호종으로는 매화마름, 서울개발나물, 층층둥굴레 등을 꼽을 수 있다. 
서울은 식물 국가법정보호종이 한 종도 생육하지 않는 유일한 지방자치단체이다.

논에 자라는 매화마름은 과거 한강 주변의 영등포에서 채집된 기록이 있지만 현재는 찾아볼 수가 
없다. 강변 습지에 자라는 서울개발나물도 1940년 장형두선생이 태릉에서 채집한 표본이 강원대 
식물표본관에 보관되어 있고, 1976년 고 이창복교수가 오류동 초원습지에서 채집한 표본들이 
서울대학교 산림자원학과 식물표본관에 보관되어 있다. 하지만 현재 서울에서 생존해 있는 
서울개발나물은 단 한 포기도 없어 ‘서울’이 붙은 우리말이름이 무색할 따름이다. 
전국적으로 보더라도 경남의 한 낙동강 습지에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잎은 아래쪽에서는 어긋나게 달리지만 위쪽에서는 층을 이루어 4-6장이 돌려나며, 끝이 말리지 않는다. 꽃은 5-6월에 노란빛이 도는 흰색으로 피며, 꽃대 끝에 2개씩 달리는데 꽃대와 꽃자루가 매우 짧다. ⓒ 현진오

▶ 서울 난지도와 광나루에서는 멸종

강변 모래땅에서 자라는 층층둥굴레도 과거에는 광나루, 난지도 등 서울에서도 살았지만 현재는 
절멸하고 말았다. 국립수목원 산림생물표본관에 보관되어 있는 서울 한강변 광나루에서 1954년 
채집된 표본, 1965년 난지도에서 채집되어 이화여대 식물표본관에 보관되어 있는 표본들만이 
과거에는 서울에도 분포했다는 증거로서 남아 있다.

층층둥굴레는 부주의한 강변 개발에 의해 전국에서 자생지가 많이 사라졌다. 이러한 자생지 파괴는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고, 4대강 사업으로 남한강의 자생지들이 많이 파괴되면서 절정에 
이르렀다. 최근에도 층층둥굴레 자생 사실 자체를 모르는 상태에서 가평, 파주, 충주 등지에서 
자생지 훼손이 계속되고 있지만 별다른 대책은 세워지지 않고 있다. 북한강 등 몇몇 곳의 
대규모 자생지가 온전히 보전되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층층둥굴레는 단양에만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오다 춘천에서 발견되었고, 이후 강원도 양구, 삼척, 
경기도 파주, 여주, 인천시 굴업도, 작약도 등지에서도 발견되었다. 북방계 식물로서 단양이 분포의 
남방한계선으로 알려져 왔지만, 단양에서는 현재 확인되지 않고 있어, 충북 충주시 앙성면 남한강변 
자생지가 최남단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는 2014년 국립생태원의 의뢰를 받아 섬진강 생태경관보전지역을 조사하던 중에 구례 섬진강변
에서 이 식물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그동안 알려져 온 최남단 자생지보다 훨씬 남쪽이었기 때문
이다. 식물표본관의 표본들을 조사한 결과, 1973년 9월 28일 용문중고교 생물반 최화영, 정영일이 
구례 피아골에서 채집한 표본이 이화여대 식물표본관에 보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조사가 계기가 되어 섬진강 수계에도 층층둥굴레가 자생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층층둥굴레는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랴오닝, 지린, 헤이룽장 등 중국 동북3성과 아무르, 
우수리 등 러시아 극동지역에만 자생하므로, 분포역이 좁은 동북아시아 특산식물이다.

 

보통 큰 군락을 이루어 자라는데, 이는 땅속의 뿌리줄기가 길게 벋으면서 마디마다 줄기를 내기 때문이다. 이처럼 무성적으로 번식하기 때문에 큰 군락을 이루더라도 유전적으로는 하나의 개체와 다를 바 없다. ⓒ 현진오

▶ 파괴되기 쉬운 강가 모래땅에 살아서 멸종위기

층층둥굴레(Polygonatum stenophyllum Maxim., 백합과)는 강이나 계곡의 모래땅에 군락을 이뤄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땅속의 뿌리줄기는 흰색, 지름 4-6mm로 가늘며, 길게 벋은 마디에서 
줄기가 나온다. 줄기는 곧추서며, 높이 50-110cm이다. 잎은 아래쪽에서는 어긋나지만 위로 가면서 
4-6장이 층을 이뤄 돌려나는데, 여기서 우리말이름이 유래했다. 

잎몸은 좁은 선형으로 길이 6-12cm, 폭 0.5-1.2cm, 끝이 뾰족하고, 둥글게 말리지 않는다. 꽃은 
5-6월에 잎겨드랑이에서 난 여러 개의 꽃대에 각각 2개씩 피며, 흰색이다. 꽃대와 꽃자루는 각각 
길이 5mm 이하로서 매우 짧다. 화관은 통 모양이며, 길이 7-8mm이다. 열매는 장과이며 지름 
6mm 정도로 둥글고, 9월에 검게 익는다. 수레둥굴레라고도 한다.

층층둥굴레는 러시아 식물학자 막시모비치(K. Maximovich, 1827-1897)가 1855년과 1856년 러시아
아무르 지역에서 채집된 표본들을 근거로 하여 1859년 신종으로 발표함으로써 세상에 알려졌다. 
학자에 따라서는 유럽, 히말라야, 중국 등지에 분포하는 폴리고나툼 베르티실라툼(Polygonatum 
verticillatum (L.) All.)의 변종으로 취급하기도 하는데, 이 종은 꽃대가 길게 발달하여 꽃차례 
모습이 완전히 다르므로 층층둥굴레와는 별개의 종으로 보는 게 옳다. 

층층둥굴레를 우리나라 북부지방과 러시아 극동지역, 시베리아 등지에 분포하는 갈고리층층둥굴레
(Polygonatum sibiricum Delar.)와 혼동하는 경우도 있는데, 갈고리층층둥굴레는 꽃대와 꽃자루가 
길게 발달하고, 잎 끝이 갈고리처럼 말리며, 땅속의 뿌리줄기가 굵고 크게 발달하므로 층층둥굴레와 
구분된다. 갈고리층층둥굴레는 남한에는 자생하지 않으며, 한약재 황정(黃精)으로 쓰기 위해 재배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 자료출처 / ScienceTimes 의 글쓴이 : 현진오(동북아식물연구소장)

 

2021/08/14 - 휘뚜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