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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에 관한

산갓(는쟁이냉이) 물김치 담그는 방법.. 역사적 고찰(考察)

by 휘뚜루50 2021. 9. 25.

▒ 산갓(는쟁이냉이) 물김치 담그는 방법.. 역사적 고찰(考察)


산갓(는쟁이냉이)의 학명은 'Cardamine komarovii' 이다. 양귀비목(Papaverales) 십자화과(Cruciferae)
황새냉이속(Cardamine)으로 여러해살이풀이다. 톡 쏘는 맛이 갓을 닮아 산에서 나는 갓이라는 뜻의 
산갓으로 불리며, 늦가을에 발아되어 겨울을 나기도 하고 겨울이 끝날 무렵 얼음속에서도 자라나기
도 하는 것 같다.

 

해발이 높은 산의 습한 계곡 가장자리에 많이 보이며, 나올 때부터 꽃대를 품고 나오기 때문에 
날이 따뜻해지면 곧바로 꽃이 핀다. 꽃이 피면 산갓 특유의 맛이 약해지므로 꽃이 피기 전에 
채취하여 물김치나 장아찌를 담거나 데쳐서 나물로 무쳐 먹거나 삼겹살과 같은 고기를 
먹을 때 쌈으로 즐겨도 좋다.

 

는쟁이냉이의 '는쟁이'는 명아주의 사투리로 명아주처럼 넓은 잎을 가졌고 냉이처럼 십자화과 
식물이라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추정을 한다. 는쟁이냉이라는 이름 이외에도 잎이 숟가락 같다고 
해서 ‘숟가락냉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민간에서는 심혈관계 질환 및 항암 치료제로 사용하기도 했다.

 

산갓김치는 산갓에 더운물을 부어 익혀 나박김치에 섞어 간장을 타서 먹는 전통 김치로서 맛이 
매콤하고 산뜻하여 이른 봄에 많이 담아 먹는다. 조선시대의 조리서인 음식디미방, 조선무쌍신식
요리제법, 규합총서, 도문대작, 농정회요등에 산갓김치 요리법이 기록되어 있으며 산갓침채(山芥
沈菜), 산채침채(山菜沈菜)라고도 한다.

 

​현종 11년(1670년) 경북 영양군 석보면 두들마을에서 살았던 安東張氏 장계향(張桂香1598~1680)
婦人이 저술한 최초의 우리말 요리서 ​'규곤시의방(閨壼是議方)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에서는 
산갓김치 담그는 법을 아래와 같이 소개하고 있다.

 

산갓을 다듬고 찬물에 씻은 다음, 더운물에 씻어 작은 단지에 넣는다.
물을 데워서 붓고, 구들이 가장 뜨거워지면 (단지를) 옷가지로 싸서 (놓아) 익히고, 
덥지 않다면 솥에 중탕하여 익혀라. 
너무 덥혀져 산갓이 데워도 좋지 않고,
덜 데워서 익지 않아도 좋지 않다. 
찬물에만 씻고 더운물에 헹궈내지 않으면 맛이 쓰다.

 

문헌에 산갓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광해군3년(1611년) 허균이 쓴 '도문대작屠門大嚼'
이라고 할 수 있다. 도문대작에서는 산갓을 ‘산개저山芥菹’라고 하였으며 “산갓김치는 함경남도와 

회양・평강 등지에서 나는데 맵고 산뜻하다.”라고 적고 있다.

 

조선시대의 조리서 도문대작(屠門大嚼)과 규합총서(閨閤叢書)등을 보면 강원도와 경북, 경기 북부
지역에서 산갓김치를 즐겨 먹었다는 기록이 보이는데, 아마도 산갓김치가 그 지역에서 많이 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또 영조 때 전국 각 군현에서 편찬한 읍지를 모아 엮은 여지도서(輿地圖書)
에는, 산갓김치를 강원도(회양, 평강) 충청도(단양)에서 임금님께 진상하였다고 한다.

 

​1930년대에 최한기(崔漢綺)가 농촌 생활 전반에 걸친 내용을 적은 농서(農書) '농정회요(農政會要)'
에 기록된 산갓김치 담그는 법(山芥菹法)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이 되어 있다.

​1. 먼저 순무나 무를 날카로운 칼로 얇게 썰어 김치를 만든다. (민간에서는 나박김치라고 부른다.) 
1. 따뜻한 곳에 1~2일 두어 익기를 기다린다. 산갓은 깨끗하고 좋은 것을 고르고, 뿌리는 없앨 
필요없이 물로 깨끗이 씻어 항아리에 담는다.
1. 곧바로 솥의 뜨거운 물을 먼저 3~4차례 쏟아붓고 나서 바로 그 물을 갓과 함께 항아리에 넣는다. 
(물의 온도는 뭉그러지지 않을 정도로 한다.) (물은 적당량을 부어 담그면 된다.) 
1, 공기가 항아리 안에 많이 생기므로 항아리 입구를 두꺼운 종이로 여러 번 단단하게 싸매고 뚜껑
을 덮어둔다. 공기가 조금이라도 새어나가지 않도록 한다. 
1. 따뜻한 온돌에 두고 옷이나 이불로 덮어둔다. 반 시간쯤 지난 뒤에 꺼내고, 따뜻하기를 기다렸다
가 먼저 만들어둔 무김치에 골고루 섞고 맛 좋은 달인 간장을 첨가하여 먹으면 매운맛이 조금 
줄어서 깔끔하고 시원하며 매우 맛있다. 
1. 만약 산갓 만을 장과 섞어 먹으면 너무 매워서 오히려 맛이 없게 된다. 
1. 매번 꺼낸 후에는 곧바로 항아리를 단단히 덮어두어 절대로 공기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한다. 
바람이 들면 맛이 쓰게 된다. (먼저 순무김치를 담글 때에는 반드시 무순과 파의 흰 부분 등의 
재료를 넣어야 한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은 위관(韋觀) 이용기(李用基)가 1924년 지은 한국 
음식 책으로 여기에는 산겨자김치(山芥菹. 산갓김치) 담는 법을 아래와 같이 기록하고 있다.

​1. 먼저 무와 순무를 잘고 얇게 썰고 무순, 파 밑동, 고추, 마늘을 넣고 버무려 더운 곳에 두어 하루 
이틀 익기를 기다린다. 
1. 산갓 연한 것을 뿌리째 깨끗하게 씻어 항아리에 넣는다. 솥에 뜨거운 물을 붓고 항아리를 솥에 
중탕한다. 
1. 중탕할 때 물을 3~4 차례 붓되 겨자가 물러지지 않게 하고 산갓 중탕한 것을 물 째 항아리에 
넣는다. 
1. 물을 알맞게 붓고 항아리 주둥이를 여러 번 잘 봉하여 기운이 새 나가지 않게 하여 더운 방에 
두고 포대기나 이불로 덮어둔다. 
1. 한참 만에 꺼내어 전에 담갔던 나박김치에 넣고 맛 좋은 장을 쳐서 먹으면 매운맛이 담백하고
깨끗해서 매우 좋다. 
1. 또 다른 법은 깨끗하고 좋은 산갓을 항아리에 담고 더운물을 붓되 물에 손을 데이지 않을 만한 
온도로 맞춰 붓는다. 
1. 뚜껑을 잘 덮어 더운 방에 놓고 이불로 싸서 두었다가 잠깐 만에 꺼내면 빛이 누렇게 되어 있을 
것이다. 
1. 간장을 쳐서 먹는다. 무를 얇게 썰고 파 밑동을 썰어 함께 담그면 매운맛이 적고 먹기에도 좋다.
1. 산갓은 봄에 담그면 맛이 맵고도 좋다. 석왕사에서 흔히 난다. 
1. 산갓은 지리산에서 나는 것이 제일 좋고 갓을 물에 우려내면 물빛이 푸른빛이 된다. 
1. 산갓 한 가지만으로 김치를 담가 간장과 합하여 먹으면 맛이 너무 매워서 좋지 않다. 
1. 뚜껑을 꼭 덮어서 기운이 새어나가지 않게 해야 하며 기운이 빠져나가게 되면 맛이 써진다. 

 

영조 때 의관 유중림이 쓴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 ‘산개저법山芥菹法’이 기술되어 있는데 
이를 살펴보면 “좋은 산갓을 골라서 씻은 다음 항아리에 넣고 곧바로 솥에 있는 뜨거운 물을 서너 
차례 붓되 물의 온도는 산갓이 물러지지 않을 정도면 된다. 이렇게 데친 산갓을 미리 담가둔 나박
김치에 넣고 좋은 간장을 부어 익히면 매운맛이 조금 줄어들어서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 난다.”고 
하였다. 

 

산갓김치를 담는 법은 약간씩 다른데, 담는 사람의 기호나 정성에 따라 맛도 조금씩 다르겠지만 
어떤 식으로 담아도 산갓 특유의 깔끔한 맛과 물김치의 시원한 맛이 조화를 이루어 이른 봄 
한때의 알싸한 산갓김치를 즐기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자료출처 / '화우의 야단법석' 불로그에서..

 

2021/09/23 - 휘뚜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