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에게로 가는 나홀로 산행.. 심설종주산행 (백운산, 삼각봉, 도마치봉, 도마봉, 신노령까지) - 2013/01/13 -

겨울이 되면 산꾼은 겨울산의 꽃으로 비유되는 심설산행(深雪山行)을 꿈꾼다. 그것도 먼산의 심설을 밟으며 홀로 걸어가는 맑은 하늘의 명징스러운 고독의 맛과 흐린 하늘의 몽환적인 것들을 떠 올리지 않을 수 없다. 어느 쪽이든 분명 하나의 선물은 줄 것 같은 먼산으로 새벽 일찍 집을 나셨다.

그래서 선택한 코스가 한북정맥의 광덕고개에서 신노령까지로 계획하였다. 다른 계절이면 국망봉을 넘어 오뚜기령까지 갈 수 있지만.. 겨울 심설산행은 그렇게 무리수를 던지면 안된다. 신노령에서 일동쪽으로 내려가지 않고 도마천을 따라 용수목까지 걸어 가는 맛도 솔솔하고.. 용수목에서 버스를 타고 가평역에서 ITX-청춘열차로 갈아 타고 집으로 가는 길이 가장 편하기에..

강원도 화천군 사창리로 넘어가는 광덕고개(일명 카라멜고개)에 8시 40분쯤 도착를 하였다. 들머리에서 스패치만 하고 아이젠은 하지 않았다. 사실 아이젠을 하고 먼거리의 산행을 하고나면 반드시 무릅이나 허리에 통증을 느끼게 됨으로 가능하면 나는 아이젠을 하지 않고 산행을 한다. 산을 타는 기본요령이 충분한 사람들은 특수한 지역의 통과를 위한 곳이 아니라면 아이젠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광덕고개 들머리에서 100m쯤 올라서니 한북정맥 구간별 안내도가 반기고 있었다. 이곳 날씨는 현재 영하에서 영상권을 오락가락하고 있다. 오랫만에 포근한 겨울산행이다.

능선을 따라 산위로 올라 갈수록 상고대가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었다.

흐린날씨라 빛이 없어 화사한 상고대는 아니지만 몽환적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었다.

고도를 높일수록 상고대가 펼처보이는 풍경은 은빛설원의 나라였다. 마치 천상의 낙원처럼..^^ 죽어서 다시 태어나 보지 않아서 천상의 낙원을 정확하게 모르지만.. 만약에 있다면 이런 곳일것 같다는..

일출의 시간이 자난지도 오래 되었건만 햇님마져 오묘한 신비감의 색채를 보내 주고 있다.

아주 화려한 상고대는 아니지만.. 그래서 2% 정도 부족하기에 더 아름다운 상고대이다.

비로서 전망이 열리는 봉우리에 올랐다. 온 산천이 상고대가 피어 장관이다. 중앙에 지난온 산줄기가 보이고, 좌측으로 광덕산과 상해봉이고 안부는 회목현이고 우측은 회목봉이다.

반암산 줄기 넘으로 사창리방향은 짖은 안개속에 묻혀있다.

이동방향 역시 오리무중이다. 농도짖은 안개로..

다행히 산길은 선행자들 덕분에 아직까지는 럿쎌의 수고로움은 없다. 그러나 도마봉을 지나서 부터는 아마도 럿쎌을 하며 가야 할듯..

다시 상고대가 활짝핀 나무가지 사이로 가을이면 억새밭으로 유명한 명성산이 보인다.

백운산 정상과 삼각봉, 그리고 도마치봉도 살짝 보인다.

육안으로는 왼쪽으로 멀리 화악산의 군사시설물이 확연히 보였는데..

다시 상고대가 농도짖게 피어있는 능선길을 따라 어슬렁거리며 걸었다. 볼것 다 보고.. 느낄것 다 느끼며..

언듯 상감감투처럼 생긴 화강석 바위에 핀 특별한 상고대이다.

백운산 정상(903.1m)이다. 멀리 북쪽으로 광덕산과 상해봉, 그리고 회목현과 회목봉이 보인다. 기타 다른 방향은 나무가지에 가려 있어 전망이 별로이다.

백운산 정상에서 약간의 간식을 하고 삼각봉으로 가는 길에 요상스런 나무 한 그루가 발길을 잡는다.

다시 석룡산과 화악산 방향이 보이고..

삼각봉(918m)에 올라서 물 한모금 마시고..

이동쪽 흙룡봉도 잠시 보고..

천태만상으로 피어 있는 상고대 터널을 지나 도마치봉(925,1m)에 올랐다. 멀리 국망봉이 보인다.

도마치봉(道馬峙峰)의 산 이름의 유래는 옛날 태봉국의 궁예가 명성산 전투에서 왕검과 싸우다 패하여 도망칠 때 이 산 부근을 경유하게 되었는데, 산길이 너무 험하여 모두 말에서 내려 걸어 넘었다 해서 도마치(道馬峙)라 부르고 인근에 있는 산 이름을 도마치봉이라 하였다.

능선상의 길은 국망봉으로 가는 한북정맥의 길이다.

도마치봉 정상에서 본 반암산(盤岩山:840m) 줄기이다. 지역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범이 자주 출몰하는 바위산이라 범암산이라 했다고 하는데..

복주산을 줌업으로 조금 당겨 보았다.

도마치봉을 떠나 도마봉으로 가는 내림길 부터는 산행객의 발걸음이 뜸하였다. 그래서 나중에 보니 누구인가 먼길을 돌아가는 바람에 뒤의 사람들은 모두 그 돌아가는 길로 다녔더라~!

이곳은 남사면인데도 강한 바람이 마주치는 곳이라 상고대가 화사하게 피어있었다.

도마봉(883m) 정상이다. 방금 지나 온 도마치봉이 보인다.

이곳 도마봉은 한북정맥에서 화악산으로 갈라지는 곳이다. 멀리 화악산 정상 군시설물과 석룡산가는 길이 보인다.

가운데 중앙 계곡이 도마천계곡이고 중앙에 보이는 산이 명지산이며 왼쪽은 석룡산이다.

도마봉에서 본 그림같은 한북정맥의 국망봉 가는 길이다. 군인들이 만든 방화선 능선이라 길이 뚜렸하게 보인다. 가을에는 억새가 볼만한 길이기도..

도마봉을 내려서자 이곳부터는 선답자가 없는 완벽한 눈길이다. 자~! 이제부터 오리지날 심설산행이다. 방화선으로 되어 있는 능선길은 많은 적설량이 쌓여있어서 평균적으로 1m 이상이라, 약 50cm 이하의 옆치기길을 찾아 이리저리 걷다 보니 시간이 엄청 지연되고 에너지의 소모도 빠르다.

내림길이야 쉽게 내려 갈 수 있지만, 약간의 오름길만 만나도 눈과 한바탕 씨름을 해야만 했다. 몇 번의 럿쎌을 하지 않았는데도 체력적인 한계를 느낀다. 나이 듦은 어쩔 수 없는가 보다..^^

그래서 애초에 마음 먹었던 국망봉까지 가려면 시간과 에너지가 두너서배 이상 지불해야 하는 산행이기에 계획을 수정하여 신노령 못미처에서 왼쪽 도마치계곡 쪽으로 하산을 하였다.

도마치고개쪽 계곡으로 하산하며 보니, 도마치고개는 무슨 공사를 했는지 많이 파헤처 있었다.

길 없는 계곡길이라 적설량은 천차만별이다. 평균적으로 적설량은 무릅정도였으나 어느 경우에는 허리이상 삐지는 적설량이였다. 그래서 대충 짐작으로 눈이 적은 곳을 골라서 계곡으로 내려갔다.

완만한 능선길을 골라 내려갔지만 마지막 구간에서는 어쩔 수 없이 급경사지역을 만났다. 안전을 최우선으로한 슬립보행으로 위험구간을 어렵게 통과을 했더니..

뜻밖에도 산신령님이 제법 커다란 산더덕줄기를 선물을 하였다. 그러나 그림의 떡이다. 오늘은 산더덕을 캘 연장을 가지고 오지 않았으므로..^^

산더덕 줄기에 열매들이 탐스럽게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지역을 빠져나오니 계곡은 완전히 눈에 덥혀있다.

무릅이상 빠지는 눈울 헤치며 넓은 공터를 지나다 백설기 같은 눈밭이 펼처져 있기에 인증샷놀이을 하였다.

계곡을 빠져나와 75번 지방도로의 아스팔트길을 따라 용수목까지 약 8km를 부지런히 걸었다. 잘하면 2시 10분에 용수목에서 출발하는 가평행 버스를 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아닐 것도 같고..

일단은 걸으며 이것저것 여유를 부리다 전에 없었던 [적목리 신앙 유적지]의 입간판을 발견하였다. 입간판에는 다음과 같이 서술되어 있었다.
적목리신앙유적지는 가평군청에서 북쪽으로 약 35km 지점인 가평천 상류 북면 적목리 산 1-28 번지에 위치하고 있다 . 이곳은 일제강점기에 전국 각지에서 징용을 피해 모여든 사람들이 목탄생산, 경춘철도에 필요한 침목조달과 벌목작업등을 하며 광복이후까지 산기슭 곳곳에 반 지하식 움집을 짓고 공동생활을 하면서 숯 생산과 벌목 등을 하여 왔던 곳이며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인들이 일제의 신사참배, 창씨개명, 종교탄압과 강제징용을 피해 은신하며 신앙심을 지켜온 곳이다 .
50cm 높이로 쌓아올린 돌담 20 여평 규모의 교회터 흔적이 남아 있으며, 바로 옆에 지름 170cm 의 타원형 돌담의 관솔불터가 있는데 이는 송진을 태워 성경연구와 집단기도회를 개최하던 곳이다 .
이 유적의 가장 안쪽 (산 정성 방향 ) 에 있는 성경 은닉처가 있고, 이곳에 성경과 종교서적을 감추어 두고 신앙생활을 하였다고 한다 . 이 외에도 가옥터와 공동막사, 망을 보던 장대의 흔적들이 남아 있기도 하다.

그리고 한참 또 내려오다보면 1990년대초까지 군인들이 더 이상 통행을 금지했던 38도 경계선지역이다. 지금은 이렇게 이곳을 관광자원화를 위하여 안내문과 편의시설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조무락골 입구이다. 몇년전 겨울산행을 했던 기억이 스처지나간다. 그리고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 최고의 사이비 종교사건인 [백백교]에 대하여 산행기를 셨던 기억이 떠 오른다.

용수목 버스 종점에 도착하여 버스 시간표를 보니 버스가 떠난지 10여분 뒤였다. 다음 시간표를 보니 3시간후에 있다. 에고~ 조금 일찍 내려 올 걸.. 무엇으로 3시간을 때운담~!@@@

일단 용수목을 출발하여 길을 따라 내려 가다보니 가림마을에 소나무 보호수가 있었다. 늘 자동차로만 지나다녀 몰랐던 보호수이다. 식재 년도가 1750년도 심었다는 가평군 보호수이다. 그럼 나이가 264살..?

그렇게 한 시간을 길 따라 내려 오니 논남기로 가는 명화삼거리에 도착하였다. 아직도 버스가 오려면 1시간 30분 정도 남았다. 좀 더 걸어 갈까하다가 마을 주변이나 관찰해 보기로 하였다. 명화 삼거리 마을은 특별한 것은 보이지 않고 유원지와 팬션들이 즐비하다는 것 뿐이다.

해가 서산넘으로 숨은지 한참후에 버스는 왔다.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지.. 예전에 몰랐던 시골버스의 느낌이였다.
하긴 용수목종점에서 택시를 콜하여 가려고 하였다가 시골버스의 기다림과 그리움같은 것을 오랫만에 맛보고 싶어서 택시를 콜하지 않은 것은 참 잘한 일이였다.
그리고보니 오늘 마지막 산행 길은 느림의 의미를 진솔하게 알려주는 기다림의 철학이였다. 그런데 버스에서 내려 초고속 ITX-청춘열차로 갈아타고 집으로 가는 나는 참 많이 헷갈리게 하고 있었다.
아무튼 너에게로 가는 나홀로의 심설산행은 많은 것들을 시사하였다. 그리고 ITX-청춘열차 어디에선가 흘러 나오는 내가 좋아하는 Lacy J. Dalton의 Walk That Line(그 길을 걸으리) 노래소리를 들으며 깊은 잠속으로 빠져 들었다.
i never believe in the straight and narrow 곧고 좁은 길은 믿어본 적 없어 always took the rocky road 늘 험난한 길을 갔지 spread my wings like a wayward sparrow 나 날개를 말 안 듣는 참새처럼 활짝 펴고 where the wind blew i would go 바람 부는 대로 날곤 했어
i thought no one could ever tame me 나를 길들일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고 no chains to hold me down 어떤 사슬도 나를 얽맬 수 없다고 생각했어 But your love put my feet back on the ground 하지만 당신의 사랑이 내 방종을 잠재웠네
(*) I wanna walk that line 나는 그 길을 가고 싶어 true lovers do 진정한 연인들이 가는 길을 your hand in mine 그대의 손이 내 손 안에 있으니 now i belong to you 이제 나는 그대의 사람
i wanna join our hearts with the ties that bind 풀리지 않는 인연으로 그대와 내 마음을 하나로 묶고 싶네 and make a brand new start 그리고 새롭게 시작하리 i wanna walk that line 그 길을 걷고 싶네.....
2013/01/14 - 휘뚜루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