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산행기

먼산의 무허가 농장에서 2차 두릅따기 산행을 하다.(2010/05/08)

휘뚜루50 2019. 9. 5. 08:03

▒ 먼산의 무허가 농장에서 2차 두릅따기 산행을 하다.
- 2010/05/08 -
 
 

 
 
하루가 다르게 싱그러운 푸르름으로 변화하는 요즘의 먼산 풍경은 한 폭의 수체화이다. 어느 유명 화가의
재능인들 비교할 수 있으랴~! 오직 있는 그대로의 자연만이 연출할 수 있는 먼산의 절묘한 아름다움이
나를 부른다. 그것도 강열한 유혹의 목소리로 끈임없이 내 귓전에서 속삭거릴 때 마다 나는 흔들렸고
목마르게 토요일만을 기다리게한다. 특히 파스텔톤의 은은함과 싱그러움은 우리네 일상에서
맛 볼 수 없는 살아 있는 리얼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리얼속에 푸르디 푸른 생명으로
 솟아 오르는 두릅의 새순이 나를 잠 못 들게 한 몇일 밤이였다.
 
하여.. 몇일밤 나의 꿈길을 다녀 간 두릅따기는 마치 첫사랑의 설레임같은 것이였다. 결코 두릅따기는
핑크빛의 솜사탕같은 부드러운 설레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를 설레이게 하는 것은 뭘까~? 사실
두릅따기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이상의 거칠고 힘들고 위험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설레
이게 하는 것은 아마도 자연의 신비로움에 매료되어 있어서가 아닌가 한다. 다시 말해서 있는
그대로의 변화무쌍한 신비로움의 힘이 나를 설레이게 하는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오늘의 두릅따기는 지난번 무허가 농장의 반대편쪽으로 선택하였다. 그러니까 지난번은 양지바른
남향의 지대였지만, 오늘은 잔나무들이 우거진 북향의 거늘진 곳으로 선택을 한 것이다. 지난번
1차 두릅따기는 양지바른곳이 적기라면 그동안 포근한 날씨로 3~4일이 지났으므로 오늘은
이런 곳이 적기라는 나의 경험적 판단에 따른 것인데 예상대로였다.
 
 

 
 
들머리 언덕을  넘어서자 비밀의 화원이 넓게 펼처져 있었다. 비밀의 화원에는 밝은 햇살을
받아서 더욱 선명한 노오란빛을 발하는 피나물꽃들이 엑스트라도 없이 주인공 혼자
봄꽃 축제를 하고 있었다.  피나물들은 항상 집단으로 서식하여 엑스트라를
동반하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식물로 피나물 줄기를 자르면 피를
연상하게 하는 붉은 즙액이 흘러나와 피나물이라고 부른다.
 
다른 이름으로는 매미꽃, 여름매미꽃, 노랑매미꽃, 봄매미꽃 등으로도 부르지만 매미꽃이란
종이 따로 있으므로 피나물이 더 정확한 이름이다. 매미꽃과 거의 비슷하지만 땅속줄기가
더 길다. 자연환경보전법에 의거해 환경부에서 보호하고 있다. 속명인 Hylomecon는
그리스어로 hylo(숲)과 mecon(양귀비)의 합성어이다. 꽃이 아름다워
정원이나 화단에 관상용으로 심는다.
 
어린순을 삶아서 나물로 식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양귀비과 식물이 일반적으로 그렇듯이 독이 있기
때문에 물에 한참 우려내야 한다. 한방에서는 하청화근(荷靑花根)이라고 하여 뿌리를 관절염,
신경통, 피로, 타박상, 습진, 종기 등에 약용한다. 봄부터 가을 사이에 뿌리를 캐어
볕에 말린 것을 달여 마시거나 가루로 빻아 쓰고, 종기나 습진에는
생뿌리를 찧어 상처가 난 곳에 붙인다.
 
☞ 주의 : 전문가가 아니면 절대로 식용이나 약용으로 사용하지 말것, 그리고
약용으로 사용하더라도반드시 특수제법을 하여서 사용하시기 바란다.
 
 

 
 
비밀의 화원을 지나 두릅나무가 집단으로 서식하는 비탈진 산속을 이리저리 뒤지기를 시작하였다.
이곳의 두릅나무들은 다른 나무들과 키재기를 하느라고 대부분 4~5m 이상이라 두릅따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였다. 두릅순은 나무끝에 달려 있어서 두릅나무를 휘어서 두릅순을 따야 하는데,
다른 나무들이 밀집하여 있어서 두릅나무 휘기는 상당한 요령과 힘을 필요로 한다.
 
어느 듯 두릅따기를 하다보니 산 능선에 올라 섰다. 그런데 산 능선 반대편쪽의 두릅은 누구인가
벌써 채취하여 가고 빈 두릅나무만 멀뚱하게 서 있을 뿐이다. 허긴 무허가농장이니 먼저
가져가는 넘이 임자이니까 누구을 탓하거나 원망 할 일도 아니지만 윈지 가슴
한 켠에는 씁쓸한 허망함이 소리없이 스처지나간다. 큼큼~
 
 

 
 
마침 산위라서 어디에선가 불어오는 바람이 더 없이 시원하고 향기로워서 잠시 홀로 쉬기를 했다.
그리고 씁쓸한 허망함을 달래려고 시원한 물 한모금을 마시고 먼산 바라기를 하였다. 산 아래의
연초록 나무잎들 사이로 산벚꽃과 산복숭아꽃들의 축제가 펼처 보이는 풍경은 두고두고 내가
잊지 못 할 봄날의 아름다운 모습들에 한 없이 매료되어 나도 산의 일부가 되어 가고 있었다.
 
산이 내가 되고 내가 산이 되는 참으로 묘한 느낌을 실로 오랫만에 교감하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장시간 휴식을 취하였더니 산위라서 아직은 서늘한 기운이 감돌아 고아 잠바를 꺼내어 입고
다시 두릅따기 산행을 하면서 각자 하산코스를 선택하였다. 역시 하늘 높이 치솟아 있는
두릅따기는 힘에 버거웠다. 그래서 난공불락이라고 판단되는 것은 그냥 스처지났더니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는 미련은 어쩔수 없이 뒤 돌아 보고 또 돌아 보게 하였다.
 
 

 
 
그렇게 두릅따기에 집중하며 하산하다 뜻밖의 물체를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자세히 관찰해 보니
죽은지 약 3~4개월 이상 된 노루인지 고라니인지 확실한 구분이 어려웠다. 아마도 지역의 주민이
설치한 올가미(이 지역 방언으로는 옥노)에 걸려서 죽은 것 같은데.. 설치한 사람이 그동안
다녀가지 않아 그대로 방치된 것이다. 일단 목에 걸린 올가미를 풀고 적당한 깊이로
땅을 파고 묻어 주었다. 허망스러운 죽음이지만 이제부터라도
영혼히 편안하게 잠들라고 기도하며.. -_-
 
나는 더 이상 두릅따기를 포기하고 하산하였다. 그리고 들머리이며 날머리인 계곡물에서 산행후의
피로회복제 역활을 하는 손발씻기를 하였다. 특히 발씻기는 먼산꾼들의 필수항목으로 그 어떤
피로회복제보다 강력한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들은 하산을 하면
반드시 발씻기를 빠트리지 않고 의식적으로 행하고 있다.
 
 

 
 
오늘 악전고투를 하면서 수확한 야생 산두릅이다. 올 해의 최상품 두릅으로는 오늘이 마지막 두릅이다.
앞으로 하루 이틀만 지나면 이곳의 모든 두릅들은 억세져서 저급품이 되고 또 일주일 정도 지나면
식품으로 사용할 수 없는 나무 형태로 변한다. 그래서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두릅을 깨끗하게
정리하여 준비한 보자기에 잘 포장하였다. 이렇게 올 해는 수상한 날씨 때문에 두 차래로
먼산의 두릅산행을 마무리하였다. 그리고 이 두릅으로는 몽땅 두릅고추장장아찌를
담아서 두고두고 얌얌거리며 혼자서 배터지게 묵을 것이다.. ^(^ 큼큼~
 
 
 
 
 
2010/05/10 - 휘뚜루 -

♬ 들꽃 / 김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