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山)에 대한 소묘(素描)
▒ 무엇이 '산'일까..?
우리나라의 산은 몇 개나 되며 어느 정도의 높이를 기준으로 산을 정하는 것일까..?
또한 산의 범위에 들지 못하는 낮은 고지는 무엇이라고 부응까..?
우리나라 산을 개체별로 그 숫자를 파악한 통계는 아직 없다. 다만 국토면적 구성 비율로 집계된
산지의 통계자료는 국토면적(남한기준)의 65.2%인 64,775㎢(1992년 건설부 자료)가 산지로
분류되어 있다.
또한 고도별 분포를 살펴보면 2,000m 이상이 전 국토의 0.4%, 1,500~2,000m가 4%, 1,000~1,500m
가 10% (주로 함경 남·북도에 분포)로 총면적의 30~40%를 차지하며, 500~1,000m의 산지는 약
20%로 강원도와 평안북도가 각각 40%를 차지하고, 200~500m의 저산지는 전 국토의 40% 이상
(이 중 충청북도 약 75%, 경상북도 약 65%, 경상남도와 황해도가 50%)입니다. 우리나라 산의
전체 평균고도는 482m이며, 아시아의 평균고도 960m에 비하면 매우 낮은 저산성지로 되어 있다.
지리학적인 의미의 산은, 육지의 표면이 주위의 땅보다 훨씬 높이 솟은 부분을 가리키며, 주변
토지의 지면으로부터 다소라도 급히 솟아올라 인접한 곳에 비해 현저한 높이를 보이는 지표면의
높은 곳이라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고도가 높더라도 대부분이 수평면으로 이루어진 지형
은 대지Table land platform 또는 고원Plateau high land이라고 불러 산과 구별한다.
어느 정도 높이(比高)이면 산이라고 하는가에 대해서는 어떤 기준이나 원칙이 없으며, 지형적인
특성에 따라 나라마다 다르며 지방 또는 기관별로도 견해를 달리하고 있다.
영국에서 출간된 <등산백과사전Encyclopedia of mountaineering>을 보면 2,000피트(약 700m)
이상의 높이를 가진 봉peak을 산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이는 영국 최고봉인 벤네비스 산의
높이가 1,343m에 불과한 저산성의 산지를 지닌 그들 나름의 지형적인 특성 때문에 이런
기준이 생겼다고 본다. 그러나 중성산지를 지닌 유럽의 알프스지역에서는 3,000m
이상을 산으로 보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연구기관에 따라 견해를 달리하고 있다. 건설부의 경우는 경사 5~10도, 기복량
(1km×1km) 100m 이상인 지역을 산지라고 하며, 100m 이하인 지역을 구릉지로 보는가 하면,
지리학에서는 급경사 부분의 면적이 평탄한 부분에 비해 두드러지게 넓은 기복의 크기를 가진
지역으로 포괄적인 정의를 하고 있다.
산의 범위에 들지 못하는 낮은 고지는 구릉(丘陵) 또는 언덕Hill으로 불러 산과 구별하고 있다.
등반대상으로서의 산은 설선(雪線) 이상의 높이를 가진 곳을 산으로 보는 것이 상식이나, 저
산성지로 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해발고도가 500m 이상인 곳을 산으로 보는 것이
통념인 듯하다.
▒ '산山, 봉峯, 악岳, 대臺, 덕德, 현峴, 령嶺, 치峙, 곡谷, 계溪' 이게 다 뭘까..?
우리의 고지도를 보면 산지를 표현하는 지명 중 산山, 봉峯, 악岳, 대臺, 덕德, 현峴, 령嶺, 치峙,
곡谷, 계溪 등 비슷한 의미의 표현이 등장하고 있어 그 의미가 혼란스럽다. 이런 지명들은
어떤 차이와 기준에 의해 구분되는 것인지 알아 보자~!
고지도에서 산지에 해당하는 지명을 살펴보면 산山, 봉峯, 암岩, 악岳 등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이런 지명들은 어떤 차이에서 구분했는지 알 수 없으나, 대동여지도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해석에
따르면, 봉과 악은 암산岩山이나 뾰족한 봉우리를 지닌 유형의 산이라 풀이하고 있다.
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지명 중 산은, 높낮이와 관계 없이 하나의 독립된 형태를 지니고 솟아 있는
모두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봉이나 악은 무주의 삼도봉三道峰, 서울의 도봉道峰처럼, 악보다는
봉이 더 험한 지형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암의 경우는 우이암牛耳岩, 관음암觀音岩처럼
산정이 암석으로 이루어진 산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고 풀이하고 있다.
또한 고개에 해당하는 지형으로는 령嶺, 현峴, 치峙의 순으로 많은 지명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령의 경우는 옛 관방關防(국경 방비를 하던 곳)이 있던 곳(예: 대관령, 한계령)과 교통의 중요한
몫을 하던 곳(예: 조령, 추풍령) 모두를 령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현峴, 치峙의 경우는 구분이 모호한 편이나, 치는 현에 비해 다소 높고 험한 고개로 풀이하고 있다.
예로서 운봉雲峰의 팔랑치八郞峙. 횡성橫城의 삼마치三馬峙는 용인의 수유현水踰峴과 춘천의
부황현浮況峴 등에 비해 다소 높고 험한 편인 것을 보면 치가 현에 비해 높고 험한 지형의
고개인 것임을 알 수 있다.
일반적인 관습상 현峴은 보통의 고개. 치峙나 령嶺은 지형이 높고 험한 곳을 지칭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서울의 진고개와 같이 순수한 우리말의 고개는 극히 적은 숫자가
등장하고 있으며, 어느 정도의 높이와 비탈을 지닌 곳인지 구분하기가 모호하다.
대臺와 덕德은 산지의 고원高原이나 대지臺地에 해당하는 지명으로 대는 정자를 지을 수 있는
정도의 야산(예: 경포대, 낙수대)을 뜻하며, 덕은 고원의 개념(예: 서천의 檢義臺)으로 풀이하고 있다.
곡谷과 계溪는 구분하기가 모호하나, 곡은 군현郡縣의 명칭에 붙어 ‘고을’이라는 뜻(예:谷山)으로
풀이하고 있으며, 계는 글자 그대로 골짜기(예: 武陵溪)를 의미한다고 한다.
2020/11/13 - 휘뚜루 -
산아 / 김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