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멸종위기식물 1급으로 지정하여 관리하는 털복주머리란에 대한 뉴스..
▒ 환경부가 멸종위기식물 1급으로 지정하여 관리하는 털복주머리란에 대한 뉴스..
>
설악산에서 동해를 바라보고 다시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평창을 지나 태백에 이른다. 백두대간의
휴전선 이남 함백산까지의 여정이다. 이곳에 산림청이 희귀식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환경부가
멸종위기식물 1급 야생식물로 지정하여 관리하는 털복주머리란(Cypripedium guttatum Sw.)이 있다.
털복주머니란은 난초과 복주머니란속에 속하는 식물로 백두대간의 시작인 백두산에는 개체수도
많고 군락을 이루어 꽃이 필 때는 장관을 연출한다. 국내 야생식물 출사자와 연구자들은 이 시기
에 백두산을 찾곤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우리나라 휴전선 이남의 자생지는 함백산에 한
곳이 있고 산림청 국립수목원이 관리하는 정암사 인근 자생지와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이 관리
하는 고원스타디움 인근 자생지 두 지점뿐이다.
필자는 강원대에서 박사학위 주제로 복주머니란속 3총사 광릉요강꽃·털복주머니란·복주머니란
의 기내 증식연구를 했다. 이때 가장 어려운 점이 종자를 확보하는 일이었다. 이 3종은 멸종위기
종이라서 채취신청부터 허가까지가 매우 까다로웠다. 광릉요강꽃과 복주머니란은 채취허가를
받고 어렵사리 종자를 확보할 수 있었지만 털복주머니란은 그때까지만 해도 알려진 자생지가
없었다.
그때 함백산 야생화 단지 인근에 털복주머니란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지금은 고인이 되신 전북
대 김철환 교수님과 찾아갔다. 그곳에는 털복주머니란이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있었다. 인공수정
을 하기 위해 그곳을 다음날 다시 찾아갔는데 그 사이에 사달이 나 있었다. 한 그루는 꽃대가
가위로 잘려있었고, 한 개체는 삽으로 누군가가 파갔다.
이런 일을 당한 후 털복주머니란을 보호하기 위해 울타리를 쳐서 안으로 들어갈 수 없게 만들어
놓았다. 인공수정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접근이 어렵게 됐지만, 차라리 잘된 일이다. 후에
김철환 교수님은 러시아 알마티식물원에서 털복주머니란 꼬투리 2개를 구해다 주셨고 그것을
잘 발아시켜 좋은 저널에 논문을 투고할 수 있었다. 지금도 연구실에서 털복주머니란 기내
발아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국립수목원에서는 충북농업기술원과 협력하여 털복주머니란 대량증식에 성공했고 수목원 내에
전시원을 조성하였다. 이에 더해 충북농업기술원은 증식기술을 토대로 복주머니란속 신소득
작물화에 도전하고 있다. 환경부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털복주머니란의 현장복원을 수행하고
계속해 모니터링 중에 있다.
난초과식물은 다른 식물에 비해 증식조건이 까다롭고 다양한 기술의 접목과 활용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식물반도체'다. 난초과식물은 무배유 종자로 공생균과의 적절한 관계가 이루어졌을
때 발아와 증식을 한다. 이때 내생, 외생 등등 종마다 공생균과의 관계가 정말로 다양하다.
또한 개화 이후는 어떤가. 꽃의 크기에 따라, 색깔에 따라 방문하는 매개충이 다양하고 수정
이후 열매가 맺히고 산포 되는 시기도 정말로 공생균과 궁합이 잘 맞아야 한다. 이제 난초과
식물 특히 털복주머니란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증식과 활용 그리고
시드볼트에 영구저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 미래의 아이들이 털복주머니란
꽃을 보며 웃는 모습이 떠오른다.
☞ 자료출처 / 영남일보(2022/04/29)
2022/06/01 - 휘뚜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