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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진항 합궁골에 숨은 이야기

휘뚜루50 2022. 8. 10. 06:39

헌화가(사랑을 위하여) / 박수진 詩. 김애경 曲(클릭하여 듣기)

헌화로에 있는 합궁골 전경

▒ 금진항 합궁골에 숨은 이야기

 

일출 마다 벌어지는 합궁골의 정사

정동진이야 드라마 모래시계로 젊은 연인들의 명소가 되었다.

정동진이 콧등이라면 언덕하나 넘어서 그 윗입술이 심곡항 아랫입술이 금진항인데 정동진 가본 사람치고

금진항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서울 가서 남대문 안보고 올수는 있지만 강릉 인근에 와서 금진항

합궁골을 안 찾는다면 그 유익함이 반감되는 까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동해의 푸른 파도가 연출하는 절경을 바다와 열 발자국 안으로 밀착하여 감상할 수 있는 7번국도 끝 지점

금진에서 심곡에 이르는 2.7km의 도로를 ‘헌화로’라고 이름 한다. 이름에서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헌화가’를

연상하셨다면 맞다. 신라 성덕왕 시대에 소를 몰던 노인이 강릉태수의 수로부인에게 꽃을 꺾어 바쳤다는

곳이 이 짧은 구간 어딘가에 있다.

 

금진항 공원에 있는 수로부인과 헌화가 안내 표석

몇 번을 그냥 바삐 지나쳤다가 이번엔 거기가 어딜까 주위를 살폈다. 바다와 연한 깎아지른 절벽을 보면 과연

수로부인의 설화가 그냥 설화가 아닌 그 공간 적인 배경에서부터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고 현실로 다가온다.

 

합궁골 안내표시판

합궁(合宮)골이란 표시판이 보이는 곳이 예사스럽지 않아서 잠시 멈추었다. 처음에는 남녀의 비밀스런 곳을

상징하는 골의 생김새와, 꼭 맞춤하니 홀로 길게 우뚝한 암석에 얽힌 사연이거니 여겼는데. 담아 온 사진

되새김질을 해보고는 너무나 적나라하고 에로틱한 모습에 스스로 움찔하였다.

 

이 보다 더 잘 그려낼 수 없을 정도로 여자의 은밀한 곳을 빼닮은 아담한 계곡..마주 선 부리부리한 형상의

몽둥이 같은 암석..여기까지는 태초이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헌화로에 있는 합궁골

여기에 에로틱한 의미가 더해져 삼국유사에 전해온다.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의 서기(瑞氣)를 받은 바위의

그림자가 여근 속으로 들어가 탄생의 신비로움을 상징하는 곳이라한다. 일출로 합궁이 성사되는 그 시각에

가장 좋은 기운을 받는다 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동해의 해오름을 기다린다고 안내문은 밝히고 있다.

 

인물은 산수(山水)를 닮는다고 합궁골에서 태양의 기운까지 받았으니 어찌 이곳에 절세미인과 걸출한 인물

이 없겠는가~! 절색은 강릉태수의 아내 수로부인이고 감히 수로부인을 세 번이나 보쌈한 걸출한 인물도

있었나 본다. 이를 두고 용왕의 소행이라 하여 거북아 거북아로 시작되는 노래(해가)를 부르게 하여

구해온다는 설화가 헌화가와 함께 삼국유사에 전해온다.

 

표석에는 '새겨있는 헌화가'와 '해가'

상상의 동물인 용왕도 좀 그렇고 납치범은 용왕인데 어찌 애꿎은 거북이를 닦달하는가? 범인은 바로 저 영물(靈物)-

귀두같이 생긴 암석 바로 저 거북이라는 생각이 얼핏 든다. 합궁골에서 태양의 기운을 받은 변강쇠 가문 옛 선조 중,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어느 거북이의 소행이 아닐까..?

 

합궁골에 설치한 안내 간판

남근을 상장하는 암석 양쪽의 희고 둥근 바위는 무엇일까..? 한참을 궁리해보니 ‘아~ 새알이구나~!’

둥그렇게 돌린 기단 경계석은 쌍알을 품은 더 큰 알이고 가운데 불뚝한 남근석을 한 그림으로 놓고 보니

이를 연출한 사람의 해학적인 기발한 발상에 무릎을 쳤다. 누군가 일러주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인 간단한 연출이지만 발가벗은 춘화보다도 이 얼마나 사실적이고 멋스러운가~!

 

자연이 빚어낸 오묘한 음양의 이치를 보는듯 하다

어느 분의 발상인지는 모르지만 제주도에 누드촌을 조성한다는 최근의 소식을 이 분이 듣는다면 가볍게 웃을 것

같다. ‘그까짓 누드촌 갖고 웬 난리야..? 합궁골엔 옛날부터 정사(情事)촌이 있었다고~!!!’

 

분위기 찾는 선남선녀들..비싼 돈 길에 흘리지 말고 7번국도 금진항 합궁골에 가보시라~! 단 백년해로할 분들만..

 

소를 끌던 노인이 꽃을 꺾으러 올랐을 절벽

2022/08/10 - 휘뚜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