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보과잉이 키운 '건강 문맹'
'소금물 담그면 바이러스 소독' '안티푸라민 코로나에 특효'..
‘건강 정보 접근·활용’ 점점 어려워져.. 헬스리터러시 ‘적정’ 수준 29% 그쳐..
인터넷·유튜브·TV 順 정보 검색 많아.. 잘못된 의학지식, 과도한 두려움 키워..
자녀 예방접종 거부 ‘안아키’ 대표적.. 개인 판단 한계… 허위기사도 요주의..
의료진과 적극 소통·교육 참여 권장.. 감정적 게시물 유의·출처 확인 필요..
콘텐츠 유통 감시 등 정부도 나서야..
사례 1. A씨는 지난해 지인에게 고춧대차를 선물받고 의아해했다. 알고 보니 고춧대를 차로 끓여
먹으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독감, 천식 등에 좋다는 내용의 유튜브 영상
때문이었다. 지인은 고추 농사를 짓는 시골집 이곳저곳에 전화해 고춧대를 구한 뒤 해당 영상과
함께 주변에 공유했다. A씨는 얼마 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고춧대는 식품원료로 사용할 수
없으며, 코로나19 예방·치료 효과가 검증된 바 없다는 발표를 본 뒤 고춧대차를 버렸다.
사례 2. B씨는 며칠 기침 증상을 겪은 뒤 심장에 통증을 느끼면서 덜컥 겁이 났다. 인터넷을 뒤져
보니 심방염, 부정맥 등 심장질환이 기침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글이 많았다. 걱정돼 병원에
가고 싶었으나 막상 무슨 진료과를 찾아야 할지 몰라 다시 인터넷을 뒤지는 등 마음을 졸여야
했다.
건강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인터넷, 유튜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매일 온갖 정보
가 쏟아진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감염병 유행을 겪으며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도 한층
커졌다. 하지만 확인되지 않거나 가짜 뉴스도 많아, 자신이 필요한 정보를 찾고 정보가 정확한
것인지 판단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건강정보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 ‘헬스리터러시(health literacy)’다.
◆ 10명 중 3명만 ‘헬스리터러시 적정’
1일 보건의료계 등에 따르면 ‘헬스리터러시’는 건강이라는 뜻의 ‘헬스’(Health)와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인 ‘리터러시’(literacy)를 합친 말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증진과 건강
유지를 위해 정보에 접근하고, 이해하며, 활용하는 개인의 능력을 결정하는 인지적·사회적
기술로 정의하고 있다. 다이어트 방법에서부터 약 먹는 법, 몸이 아플 때 필요한 진료과
알아내는 법, 당뇨 등 기저질환 관리, 암 전조증상 등 건강 관련 다양한 정보를 검색하고
해석해 건강증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어려울 게 없어 보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헬스리터러시는 낮게 평가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 2020년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헬스리터러시를 조사한 결과 ‘적정’ 수준은 29.2%에 불과했다.
부족이 43.3%에 달했고, ‘경계’ 수준이 27.5%였다. ‘부족’ 비율을 연령별로 보면 40∼59세가 45.7%
로 가장 높았고, 19∼39세 42%, 60∼69세 40.2%로 나타났다. 헬스리터러시 평균 점수는 9.1점
(16점 만점)이었다.
헬스리터러시는 건강정보 탐색 경로와 연관이 있다. 보사연 조사에서 정보 검색 경로는 인터넷
포털 86.2%, 유튜브 39.5%, TV 33.1% 순이었다. 반면 만족도는 의료인 3.91점, 종이신문 3.67점,
건강 관련 의료기관 홈페이지 3.65점, 유튜브 3.64점, 인터넷 포털 3.63점 순이었다. 미디어 등
으로 쉽게 찾아보긴 하지만 큰 도움이 되지 않고, 못 믿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해석된다.
◆ 가짜뉴스 속아 건강 해칠 위험… 증진 필요
낮은 헬스리터러시는 건강을 해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잘못된 검색으로 불충분한 정보를 얻거나, 자기가 보고 싶은 정보만 기억하는 경우도 있다.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안아키)’ 사건은 잘못된 건강정보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자녀 예방접종을 거부하고, 병에 걸리면 자연 치유력으로 병을 낫게 해야 한다고
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의사인 C씨는 환자들이 “인터넷에서 봤다”고 하는 말이 제일 무섭다고 했다. 정보가 사실인지
자신에게 확인하는 건 다행이지만, 일부 환자들은 약이나 치료 부작용을 보고 과도한 두려움을
나타내기도 한다. C씨는 “인터넷에는 이렇게 나왔는데 왜 안 해주냐며 내가 내린 처방을 믿지
못하면 난감하다”며 “환자들이 의료진 설명을 이해 못 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건강 가짜뉴스는 더 위험하다. 전문가가 아닌 개인이 정확성을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
특히 최근 1∼2년 동안 코로나19와 연결된 가짜뉴스가 자주 등장했다.
한때 온라인상에 코로나19 예방이나 치료를 위해 하루 간격을 두고 구충제 ‘이버멕틴’을 먹고,
비타민과 아스피린을 먹으라는 글이 떠돈 적이 있다. 이후에는 이버멕틴이 그냥 구충제로 바뀌고,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구충제를 먹으라는 글이 등장했다. 조사 결과 이버멕틴은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 영양제, 비타민 등 식품과 건강기능식품에 무조건 ‘코로나
19 예방 효과’ 광고 문구를 붙이다 당국에 적발되는 일도 다반사다. 한 의사는 코로나19 백신
속에서 미확인 생명체가 발견됐다고 주장해 불안을 부추겼다. 코로나19 관련 가짜뉴스가
사실처럼 떠도는 것은 그만큼 헬스리터러시 수준이 낮다는 것을 방증한다.
헬스리터러시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의료 이용 시 의료진과의
적극적 소통, 필요한 교육 참여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영국 BBC는 가짜뉴스에 속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 △일단 멈추고 생각·의심 △출처 확인 △감정적인 게시물 조심 등을 제시했다.
정부 등 공공부문은 건강정보의 질과 활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신뢰성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건강 관련 정부기관 홈페이지는 사람들이 찾지 않는다. 헬스리터러시를 높일 교육 제공과
잘못된 정보의 유통 감시도 해야 할 일이다.
최슬기 보사연 부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정기적인 국민의 헬스리터러시 수준 측정을 통해 장애
요인, 취약계층을 찾아 대응전략을 짜야 한다”며 “헬스리터러시 증진은 단기간, 특정 영역에 집중
한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정부, 보건의료계, 학계, 교육계, 지역사회 등 다분야 협력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2030년 국민 70% 건강정보 이해력 갖추게 할 것”
우리나라에서 헬스리터러시는 그동안 낯선 개념이었으나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 2030’에
‘건강정보 이해력 제고’를 포함하며 논의의 첫걸음을 뗐다.
1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 2030은 ‘모든 사람이 평생 건강을 누리는
사회’를 목표로 6개 분야, 28개 과제로 구성됐다. 건강정보 이해력 제고는 이 중 건강친화적
환경 구축 분야에 속한다. 정부는 건강정보 이해능력에 대한 주기적 모니터링, 건강정보
활용 교육체계 구축, 건강정보 제공체계 구축 및 모니터링을 세부 과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조사도구를 개발하고 주기적 실태조사를 시행할 계획이다. 인구집단에 특화된 교육자료
를 개발, 보건소·공공병원·학교 등과 연계해 교육을 제공한다. 정부 차원에서 건강정보 종합포털을
만들고, 민간 건강정보 제공 사이트의 표준관리지침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적절’
수준의 건강정보 이해능력을 갖춘 사람의 비율을 2030년 7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국제사회는 일찍부터 낮은 헬스리터러시가 보건정책 수행과 국민 건강증진에 장애가 된다고
보고 국민의 헬스리터러시 수준을 높이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6년 상하이 선언을 통해 헬스리터러시를 건강증진을 위한 주요 전략 중 하나로 규정하고
취약계층의 헬스리터러시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요청했다.
미국은 2010년 헬스리터러시 향상을 위한 국가행동계획을 수립해 보건부 중심으로 정책을 수행
하고 있다. 건강불평등 해결을 정책 목표로 하며, 정책 주요 대상은 65세 이상 노인과 유색인종,
이민자 등이다. 캐나다는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 등을 활용해 정기적으로 헬스리터러시 현황
을 파악하고 있다.
헬스리터러시 향상 실천전략은 주정부와 보건부, 보건협회 등이 협력을 통해 마련했다. 실천방안
으로는 연구 수행, 공공·민간 부문, 전문가, 지역사회 구성원에 대한 학습기회 개발과 제공 등이
제시됐다. 독일은 2017년 조사에서 인구의 50% 이상이 적절하지 못한 헬스리터러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전략을 세웠다.
△일상생활 환경 △보건의료제도 △만성질환 △연구 4개 영역의 실천전략과 15개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담고 있다. 호주는 2014년 호주 보건의료의 안전과 질 위원회에서 ‘헬스리터러시에
관한 국가 성명’을 발표하고 환자, 보건의료 제공자 등 행위자별 실천 가능한 구체적인 행동전략
을 제시했다.
☞ 자료출처 / 세계일보 이진경 기자
2022/04/03 - 휘뚜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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