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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산행기

인생무상(人生無常)이라는 차를 타고 먼산 산행을 하다.(2010/06/05)

by 휘뚜루50 2019. 9. 6.

 
▒ 인생무상(人生無常)이라는 차를 타고 먼산 산행을 하다.
- 2010/06/05 -
 
 

 
 
인생무상(人生無常)이라는 말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어제,오늘이였다. 아직은 가야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또 이런식으로 작별의 절차도 없이 가는 것이 아니 였기에
지금 나는 인생의 덧 없는 허허로움에 휩쌓여 있나 보다.
 
평소 지병이나 건강에 이상이 있으신 분도 아니 였는데, 갑짝스러운 선배의 죽음은 많은 것들을
생각나게 하였다. 따라서 어쩔 수 없이 나에게 엄습하게 밀려오는 인생무상의 서글픈 연민의
감정들은 먼산으로 가는 차창밖의 푸른 산과 흰 구름이 되어 줄기차게 따라 오고 있었다.
 
 

 
 
덧 없는 인생살이의 서글픈 연민의 감정에 빠져 있는 사이에 자동차는 어느듯 목적지인 홍천강
발원지 입구인 미약골에 도착하였다. 지난 2008년도 이맘때쯤 한 번 다녀갔으니 꼭 2년만이다.
그런데 오늘은 이곳에서 산행이 아니고 정반대의 새로운 코스에서 개발산행을
하기 위하여 잠시 휴식을 취한 후에 다시 출발하였다.
 
 

 
 
국도 56번과 31번이 교차하는 지점이 하뱃재이며 율전리이다. 하뱃재의 급경사 커브길은 조금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는 상당히 위험하고 난해한 길이다. 조심조심하여 고개마루에 올라서면 고원분지
마을에 해당하는 율전리의 너른 벌판을 가로 질러서 곧 이어 상뱃재를 넘어야 한다.
 
 

 
 
국도 56번과 31번을 함께하고 있는 상뱃재길 역시 강원도 오지의 길 답게 급경사의 커브길이였는데,
작년에 급경사도와 커브길을 완만하게 보충공사를 완공하여 지금은 여유롭게 운전을 할 수 있는
길이 되었다. 그런데 이곳의 고개의 이름을 왜 상뱃재,하뱃재라고 하였는지 궁금해서 몇년전에
지역 주민에게 문의해 보았더니 사람의 뱃속 창자의 모양처럼 구부러져 있어서 뱃재라고
한다는 다소 유모스러운 대답을 하였다. 그리고보니 맞는 말 같기도 하였다. 큼큼~
 
 

 
 
상뱃재를 넘어서 창촌리로 가다가 우측으로 너른 고원지대가 자운리이다. 자운리는 평균 고도가 해발
800m 이상의 고원지대로 주로 고냉지 작물을 생산하는 곳이다. 따라서 이곳은 계절이 한 타임
늣게 왔다가 빨리가는 특이한 현상 때문에 고산식물의 보고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고원지대의 기온은 예측불허이듯.. 이곳 자운리 일대는 몇일전에 내린 된서리로 감자의 싹들이 모조리
냉해를 입고 있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지나가는 농부에게 감자가 저렇게 되어 안됐다고 했더니..
감자는 저래도 다시 싹이 나와서 괜찮다는 대답이였다. 아~ 그래서 이곳은 해마다
감자만를 심고 있었나 보다. 작년에도.. 저작년에도.. ^(^ 큼큼~
 
 

 
 
계곡 물소리가 더 없이 시원하게 들리는 그늘진 곳에 주차를 하고 산행 준비를 하였다.
이런 곳은 산행후에 흘린 땀을 깨끗하게 씻을 수 있어서 참 좋은 곳이다.
그래서 이곳에 올 때 마다 자주 애용하는 곳이기도 하다.
 
 
 

고원지대라 이곳은 아직 모든 풀잎의 색상들이 연초록색이다.
그러니까 올 해는 6월이지만 초봄에 해당하는 셈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굳건히 버티고 있던 폐가가 세월의 무게에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버렸다.
그리고보니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생명있는 것이나 생명없는 것이나 모두
유한한 것 뿐인가 보다. 불현듯 어느 유행가의 가사가 스처 지나간다.
 
 

 
 
평소에 즐겨 듣는 노래류는 아니지만,
왠지 오늘은 귓가에서 맴을 돌고 있다.
 
 
살다보면 알게돼 일러주지 않아도 
너나 나나 모두다 어리석다는 것을 
살다 보면 알게돼 알면 웃음이 나지 
우리모두 얼마나 바보처럼 사는지 
잠시 왔다 가는 인생 잠시 머물다 갈 세상 
 
백년도 힘든 것을 천년을 살것처럼 
살다 보면 알게돼 버린다는 의미를 
내가 가진 것들이 모두 부질 없다는 것-을 
띠리----띠리띠리띠리 띠- 띠-리띠리 
 
 
♬ 공(空) / 나훈아 (클릭하여듣기)

 
 

 
 
정말로 살다보면 알게 되는 거 였구나~! 누가 일러 주지 않아도..
얼마나 어리석고 바보처럼 사는지를.. 잠시 왔다가는 인생..
잠시 머물다 가는 세상이였는데.. 선배는 왜 그랬을까~? 
허긴 이런 생각을 하는 나 역시 얼마나 부질 없는 가~?
 
 

 
 
낙엽송지대에는 뜻밖의 고인돌 하나가 있었다. 이리저리 관찰해보니 선사시대의 유물이 아니고 최근에
만든 것 같았다. 추측컨데 임도를 개설하다 발견한 유골을 모아서 고인돌 형태를 취한 것 같았다.
 
약 30분 동안의 편안한 길을 버리고 몇년전에 벌목한 지대의
숲속을 헤치며 십여분만에 산능선에 도착하였다.
 

 

 
산 능선에서 부터는 자연상태의 원시림 그대로 였다. 급경사 벌목지대 숲속을 오르느라 흘린 비지땀을
한방에 날려 보내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니 인생무상의 허허로운 것들도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없다.
 
 
 

휘뚜루표 간이 야생 휴식처이다. 세월의 오랜 풍상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이런 고목에서 나는 휴식을 즐긴다.
굳이 이유라고 하면 고산에서 이런 계절에 풀밭에 털석 앉아서 휴식을 취하면 진득이의 공격을 영락없이
받게 됨으로 그 넘들의 공격을 피하기 위한 나만의 오래 경험에서 얻은 노하우(?)인 것이다. 캬캬~
 
 

 
 
그리고 고목에는 현대인의 불건강에 좋다는 겨우살이(생약명:상기생)가 손만 뻗으면 잡히는 곳에 있었다.
겨우살이(상기생)는 고목나무에 더부살이 하는 식물로 동서양에서 오래전부터 아주 귀하게 취급하였다.
겨우살이가 살아가는 환경은 해발 1,000m 이상의 고산 고목에서 주로 채취 됨으로 그 희귀적 가치에서
부터, 독성이 없으면서 여러 방면에 약성을 가지고 있어 현재 신비의 약초로 인정하고 있는 것인다.
주로 신경통,관절염,고혈압 당뇨병,항암작용,이뇨작용,지혈작용 등등에 효과가 있다.
 
 

 
 
이름없는 무명봉(953m)의 정상 표시석이다. 이 표시석은 산림청에서 산의 지형도를 제작하기 위하여
설치한 것으로 지도의 등고선의 기준점 역활을 하는 것이다. 길 없는 산행을 할 때 아주 유용하다.
 
 

 
 
정상에서 휴식을 끝내고 다시 고사목들이 즐비한 능선을 타고 가다가 미약골 발원지로 내려 가기 시작했다.
이 능선은 조금만 방심하면 도무지 방향감각이 잡히지 않는 참으로 묘한 곳이다. 간혹 함께하는 산친구들이
나의 주의사항을 무시하고 행동하다 삼천포로 빠져서 고생한 적이 여러번 있었다. 그래서 오늘
함께하는 산친구들에게 각별한 주의사항으로 개별행동은 절대금지라고 엄명하였다.
 
 

 
 
산행중에 가장 짜증스럽고 힘든게 정상에서 반대편으로 내려 갔다가 다시 돌아 오는 코스일것이다.
오늘 산행이 바로 이런 형태이다. 우리들이 목표로한 곰취는 산 정상 반대편 계곡 아래에 있으므로
적어도 30여분은 내려 가야 곰취를 만날 수 있는 것이기에 급경사의 산죽지대를 내려갔다.
 


 
 
급경사 조릿대밭을 내려가다 산더덕을 발견하고 약 20년생 이상 된 서너뿌리를 케고 다시 급경사 산죽
지대를 내려가고, 또 내려갔지만 곰취는 커녕 잡풀조차 보이지 않는 산죽지대만 계속된다. 이쯤 되면
모두 실망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처다보며 얼마나 더 내려가야 하느냐고 무언으로 묻고 있다.
 
 

 
 
무언으로 압박하는 눈빛에 나 역시 다소 불안스러웠다. 무허가 농장이라 혹시라도 다른 넘이
먼저 다녀 갔으면 나무아미타불이기에.. 그러나 아직까지 그러한 예는 한번도 이곳에서는
없었기에 꿈은 이루어 진다라고 주문을 걸면서 계속 내려갔다. 얼마나 내려 갔을까~?
믿어지지 않는 곰취밭이 온전한 형태로 널려 있었다.
 
 
 

멀리에서 바라 보아도 한 눈에 들어 오는 넓은 곰취잎은 우리들을 흥분케 하였다.
이럴때는 견물생심이라 날뛰기 마련이여서 긴급제안으로 공동채취을 하여서 공동분배를
한다고 선포를 하였다. 그래야만 곰취의 다음 성장을 위하여 어린 곰취잎은 한 두장
남겨 두면서 정성껏 채취를 할 것이며 멸종의 길을 막을 수 있으므로..^(^ 큼큼
 
 
 

최근 웰빙건강의 바람이 불면서 최고의 건강식이요 약리적 작용까지 인정을 받는 바람에 곰취는 많은
사람들의 공격 목표가 되었다. 그래서 어지간한 곳에서는 곰취의 얼굴조차 보기 힘들 정도이다.
그런데 이렇게 온전한 형태로 곰취밭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은 실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사실 곰취는 식용하는 산나물 중에서 최고의 산나물이다. 유독성이 전혀 없어서 날(생)것으로 먹을 수
있으며 기름진 음식의 느끼함을 없애 주는 기능으로 인하여 육류와 잘 어울린다, 또 곰취의 향기는 향기
로워서 셀러드나 쥬스용으로 먹어도 좋고, 장아찌용으로 하여 밑반찬용으로 하여도 더 없이 좋다.
 
 

 
 
그리고 곰취는 약용으로서도 뛰어난 효능을 인정받고 있다. 기름진 음식과 인스탄트 식품에 쩔어있는
현대인들에게는 구세주와 같은 물질이다. 산성화된 체질을 약알카리성 체질로 변화시키는 기능이라든가,
몸속의 지방질을 분해하는 기능이라든가, 발암성을 억제하고 치료하는 기능과 위장을 튼튼히하고
변비를 치료하는 기능은 가히 약용식물로서 뛰어난 효과를 인정 받고 있는 것이다.
 
 

 
 
약 한 시간만에 가져간 배낭에 곰취를 가득 채우고 휴식을 취하였다. 그동안 곰취 채취에 정신이 홀려서
모두 배고품도 힘든 것도 잊어 버렸나 보다. 이래서 엔돌핀이라는 호르몬은 만병통치라 했나 보다.. ^^
 
 

 
 
휴식을 끝내고 다시 오름길에 들어서도 곰취는 간간히 눈에 띄기에 채취하며 오르다가
산죽(조릿대)지대에서 멧돼지 집을 만났다. 지난 이른 봄에 아이들을 낳은 집이다.
멧돼지들은 아이를 낳은 집에 이삼일 정도 머물다가 떠나면 두번 다시 이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다고 한다.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아이들이 스스로
성장할 때 까지 유랑자 생활을 한다고 한다.
 
 

 
 
다시 능선길에 올라서자 갑짜기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조금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하늘이였는데.. 알다가도 모르는게 고산의 날씨이다. 쏟아지는 비를 약 10여분간 속절이 맞았다.

 
 

이 능선길은 몇년전부터 영춘지맥을 산행하는 산꾼들이 다녀서 지금은 온전한 산길이 되어 있다.
정확하게는 2007년도까지는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서 길은 형태도 알아 볼 수 없었는데..
 
 

 
 
우리들은 편안한 능선길의 영춘지맥을 버리고 다시 험난한 길 없는 벌목지대로 접어 들었다.
이곳은 철죽군락지로 봄 한 철 볼만한 곳인데, 몇일전에 내린 된서리로 철죽꽃잎들이
모조리 멍들고 시들어져 버렸다. 고산에서 가끔 보는 현상이다.
 
 

 
 
길 없는 벌목지대의 숲속에서 만난 아주 작은 흰색의 오미자꽃이다.
가을이면 빨간 열매는 나를.. 그리고 우리들을 유혹할 것이다.
 
 

 
 
다시 낙엽송의 풍경이 고즈넋하게 아름다운 길을 걸으며 약 5시간의 산행을 마무리했다.
예상했던 목표량보다 몇 배 더 수확한 기쁨이 하산길의 발걸음을 가볍게 하였다.
 
 

 
 
오늘 수확한 곰취의 일부이다. 이것으로는 일부는 반찬용으로하고 대부분은 녹즙과 쥬스용으로 하여
일년 내내 두고두고 먹을 것이다. 먼 산이 있어.. 곰취가 있어서 행복했던 하루이고 365일이다..^^
산행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차창밖의 하늘에는 흰 구름이 떠 있는 맑은 하늘이였다.
그리고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라는 말이 생각난다.
잘 가세요. H 선배님, 그리고 편히 잠드시길..
 
 
 
 
 
2010/06/11 - 휘뚜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