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 산에서 산나물과 야생화 산행
- 2010/05/22 -

갈 수 없는 길.. 자동차로는 더 이상 진입 할 수 없는 임도길 차단기 앞에서 산행 준비를 하며 지난 몇일간의
소통부재로 인하여 정신적 심리적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오늘 산행으로 확 날려 보내야 겠다고 생각했다.

길은 아름답게 굽어지고 휘어지고 어디론가 끝없이 향하고 있었다. 마치 우리네 인생의 삶처럼..
세상은 생각없이, 또는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일지라도 자신들의 사소한 이익에 반하여 행동하는
사람 냄새없는 사람들과 비록 짧은 날들이였지만 더불어 함께한 시간들이 씁쓸하다.

사람이라는 탈을 쓰고 위선과, 기만, 그리고 죽먹듯이 이중행동을 하는 이률배반의 저질스러운 사람과의
인간관계가 나의 이성과 감정을 혼란에 빠트린 몇일간이였다. 그리고 보면 인간관계에서 기본적인 논리가
부족한 사람이거나 비합리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과는 앞으로 가능하면 가까이 하지 말아야 겠다.

어디론가 향하는 굽은 임도길을 버리고 우리들의 산나물 무허가 농장이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하여
길 없는 계곡으로 들어섰다. 인간들의 발자취가 전혀 없는 계곡은 이제 나뭇잎들이 연초록
빛깔로 피어나고 있었다. 따라서 계곡은 새잎들의 싱그러운 풀향기로 가득하였다.

산나물 무허가 농장이 있는 곳으로 가는 길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의 상태이다. 그래서 심호흡을 하면
폐 깊숙히 파고드는 풀향기가 오감을 흔들어 나를 취하게 하였다. 우리들이 사는 세상도 이렇게 맑고
깨끗하고 순리대로 더물어 살아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꿈 같은 부질없는 생각을 하다, 꿈 같은 곳에 내가 잠시 머물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더 없이
감사하며 길 없는 능선을 향하다가 제법 오래된 산더덕 몇 뿌리도 수확하였다.

산나물 무허가 농장 직전에 만난 청고비 군락지이다. 약 보름 정도 일찍 왔더라면 청고비를 수확 할 수 있었을
텐데.. 청고비는 산나물 중에서 단백질 함량이 높아서 옛날 사람들에게는 보약의 역활을 담당했던 아주 귀중한
산나물이였다. 그리고 청고비의 맛은 고기의 육질맛을 가지고 있어서 인기 산나물중의 하나이다.

모진 세월의 풍상을 닮아 있는 정상 부근의 어느 고사목이다. 왠지 모를 인생살이가 서글프다.
더불어 아름다운 축복으로 가득해도 모자랄 인생인데.. 서로 상처를 주고 받으며 살아야
하는 인생살이가 가련하고 마냥 허허롭다.

이름없는 무명봉 정상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몇 시간의 힘든 오름길의 노동으로 출출해진 배속을 준비해간 계란과 과일로 채웠다.
평소 계란을 좋아하지 않는 나였지만 이때 먹는 계란의 맛은 글자 그대로 꿀 맛이였다.
그러니까 좋아하지 않는 것이 꿀 맛이였으니.. 좋아하는 것은 꿀 맛 그 이상이렸다.
모든 것이 꿀 맛 그 이상이였던 휴식을 끝내고 본격적인 산나물 채취을 위하여 인접한 곳에 있는
무허가 농장으로 향하며 키 작은 엄나무에서 엄나무 새순들이 줄비하기에 눈에 띄는 대로
채취하였다. 산 아랫쪽은 엄나무순이 억새져서 식용으로 불가했는데..
이곳은 고산에 해당함으로 지금이 식용으로 적기이였다.

드디어 우리들의 산나물 무허가 농장 지대에 도착하였다. 해발 약 1,000m 지대인 이곳은 아직 산나물들이
적기가 아니였다. 다른 해 같으면 끝물에 해당하는 날짜인데.. 올 해는 저온현상으로 앞으로 1~2주 정도
후라야 적기가 될 것 같다. 원래는 곰취와 참나물을 오늘의 산나물 대상으로 하고 왔으나, 꿩 대신에
닭이라고 오늘은 홀아비꽃대(일명:놋절나물)와 박취나물, 그리고 엄나무순으로 배낭을 채웠다.
(사진속의 노란꽃은 지난번 소개한 피나물꽃임돠~!)

산나물 무허가 농장과 하산길에 만난 고산의 야생화인 연령초(延齡草)꽃이다. 이 연령초(延齡草)는 깊은
산속에서 자라나는 백합과 여러살이 풀로, 꽃말은 [그윽한 마음, 또는 장수]를 뜻한다고 한다.그리고
연령초라는 이름은 한자말 그대로 수명을 연장하는(延齡) 풀(草)이라고 한다.
하지만 연령초는 나물로 먹을 수 없는 독초이지만, 한방에서는 널리 사용되는 약초이므로, 연령초
뿌리를 우아칠(芋兒七)이라 하여 말려서 고혈압, 위장약, 수렴제, 자극, 통경 및 거담제로 사용한다. 특히 이 식물은 산림청에서 지정한 희귀보존식물 112호로 야생에서 채취해서는 안 된다.

[는쟁이 냉이(학명/산갓: Cardamine komarovi)]는 십자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높이는 50cm 정도이며,
뿌리잎은 뭉쳐나고 줄기잎은 어긋난다. 여름에 흰 꽃이 핀다. 산갓은 높고 깊은 산골짜기에서 사는
여러해살이 풀로 학명은 는쟁이냉이이다. 고서[古書]에는 산개[山芥] 즉 산에나는 겨자로,
주요 고농서[古農書]나 음식 조리서에 산개침채법[山芥浸菜法]이 빠짐없이 수록된
걸 보면 산갓은 우리의 선조들이 매우 즐겨 먹었던 산나물인 듯하다.
정부인[貞夫人] 장씨가 350여년 전에 쓴 한글 최초요리서인 규곤시의방[음식디미방]이나 또한 증보산림
경제에 기록된 산갓김치 담는 법은 [이른 봄 산갓이 나올무렵 순무나 무우로 나박김치를 만들어 따뜻한 곳에
하루 이틀 익힌 다음 산갓을 뜯어다 깨끗이 씻어 항아리에 담고 뜨거운 물(산갓이 무르지 않을 정도의
온도)을 잠길정도로 부어 봉한다음 따듯한 방에 이불로 덮어 한식경 쯤 두었다 식힌 다음 미리 담가
놓은 물김치에 골고루 섞고 맛좋은 간장을 첨가하여 먹으면 매운 맛은 좀 덜해지고 맑고
시원하여 맛있다. 매번 꺼내 먹은 뒤에는 공기가 새어 나가지 않토록 잘 덮어
보관해야 한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 꽃은 홀아비꽃대 또는 옥녀꽃대라고 한다. 세밀하게 구분하면 다른 것이지만 통상적으로는 같은 종이라
한다. 홀아비꽃대와 옥녀꽃대를 구별하는 방법으론,옥녀꽃대가 수술이 보다 길며 가늘고,구부러진편이라
한다. 그리고 홀아비꽃대의 수술 안쪽으로 노란색이 많이 보이며, 잎의 가상자리 돌기가 홀아비꽃대는
거칠고 옥녀꽃대는 부드러운 편이라 한다. 둘 다 꽃말은 [외로운 사람]이라고 한다. 참으로
헷갈리는 꽃이다. 둘 다 이른 봄철의 산나물로 강력 추천하는 산나물이다.
오늘 수확한 것은 대체로 홀아비꽃대이다.

들머리길과 하산길에 만난 왕질경이다. 다른 말로는 차전초(車前草)라고 한다. 무독성이며 잎 줄기 뿌리
씨앗 모두를 식용 및 약용으로 활용되는 아주 고마운 식물이다. 특히 고산에서 나는 왕질경이는 질경이
중에서도 가장 우수한 것으로 인정되었다고 한다. 부종, 만성간염, 고혈압, 기침가래, 설사, 변비,
구토, 늑막염 등등 소위 만병통치에 해당하는 효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현대인은 누구나
한 번 먹어 보면 그 효능의 매력에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식물이다. 큼큼~

동의나물이라고 한다. 주로 고산 그늘진 숲속에 곰취와 엇비슷한 환경에서 나는 식물이다. 모양새가 흡사하여
곰취를 처음 뜯을 때는 누구나 한 두번 혼동을 일으키는 동의나물이다. 식용으로는 하지 않고 약용으로만
사용하는데, 주로 변비치료용으로 소량씩 사용 한다. 다시 말해서 설사약 성분이 많이 들어 있으므로
개인의 체질에 알맞는 량을 한 두번만 사용하는 것이지 연용하다거나 과용하면
화를 부른다고 하니 전문가와 반드시 상의하여 사용해야 할 것이다.

곰취이다. 무허가 농장 부근이 아닌 양지바른 아랫쪽에서 발견한 곰취이다. 여기저기 흐터진 곳에서
한 두장 모은 것이 약 30장 정도가 오늘 채취한 전부였다. 이것으로는 모조리 쌈용으로 해 치울 것이다.

산벌깨덩굴의 군락지이다. 산벌깨덩굴 어린 순은 나물로 먹고 꽃에는 양질의 꿀이 많아 밀원식물로
이용되고 있으며, 아직가지 염료로 이용되었다는 기록은 없으나 현재 모대학에서 개체의
지상부만을 잘라 염액을 만들어 매염제의 반응이 좋아 천연염료로 개발중에 있다. 그리고 생약명으로 [미한화]라 하며 해열, 통증에 사용한다.

모양새로는 별꽃 같은데, 이런 깊은 산속에 별꽃이 살 환경이 아니므로 별꽃은 아니다.
디카가 시원치 않아서 사진으로는 별로 이지만 실제로는 환상적 아름다움을 연출하고 있었다.
이 꽃의 이름은 추후에 확인하여 알아 봐야겠다.

오늘 수확한 엄나무순과 홀아비꽃대 또는 옥녀꽃대(일명:놋절나물), 그리고 약간의 곰취들이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는 우리들의 단골식당인 생곡막국수집에서 강원도식 옛날 막국수를 모두 곱배기로
배불리 먹었다. 살얼음이 동동 떠 있는 잘 익은 동치미 국물에 천연재료만을 적당히 사용한 양념을 하여
막국수를 말아서 먹는 맛이란 100% 순수메밀의 구수한 맛이 살아 있어서 아무리 배가 불러도
또 먹고 싶은 옛날식 순메밀 막국수이다. 단, 인공조미료에 길들어진 사람이 아니라면,
한번만 먹어 보아도 나처럼 홀닥 반해버릴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쪽으로 산행을
할때마다 옛날식 순메밀 막국수가 있어서 늘 행복한 산행으로 마무리한다.
자운리에서..
2010/05/27 - 휘뚜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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