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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로 가는 나홀로 설악산 공릉능선과 서북능선 일부 산행(1박 2일)

by 휘뚜루50 2021. 6. 1.

↑ 설악산 대청봉에서 본 공릉과 천화대

▒ 너에게로 가는 나홀로 설악산 공릉능선과 서북능선 일부 산행(1박 2일)

       - 2016/09/05~06 -

 

참으로 오랫만에 나홀로 산장에서 1박하는 산행이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10여년전 설악산 소청

산장에서 1박하고 용아장성능을 종주 할 때가 마지막이였다. 그 시절에는 산장에 예약을 하지

않고 가도 얼마든지 숙박을 할 수 있었는데..요즘은 예약이 필수이라서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고 9월 5일 새벽에 동서울 터미널에서 한계령으로 가는 속초행 첫차(06시30분)을 탓다.

 

↑ 구리암사대교에서 본 산들..

속초로 가는 버스에는 나 이외에도 설악산으로 가는 산꾼들이 10여명 된다. 모두 더불어 가는

산꾼들이고 나처럼 나홀로 가는 산꾼은 나 혼자 쁀이다. 그래서 애시당초 나는 이번 공릉능선과

서북능 일부 산행을 회자정리(會者定離) 차원에서 묵언수행(默言修行)의 산행을 하기로 했다.

인생을 살만큼 살았으니..나머지 삶을 위해서도 필요할 것 같아서이다.

 

↑ 경춘고속도로 서종에서 본 고동산

이제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일보다, 나와의 인연으로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 작별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시점이라 한번쯤은 더불어 산행보다는 나홀로 회자정리(會者定離)를 위한 묵언수행

(默言修行) 산행이 제격이라고 생각해서이다.

 

↑ 44번 국도에서 본 38대교

먼산으로 가는 길은 거침없이 뻥~뚫려 있었고, 물안개 피어 나는 아침안개에 차창밖의 그림같은

풍경들은 한폭의 수채화이다. 

 

차창밖으로 흐르는 아름다운 산천 중에 알고 있는 산들의 이름들을 불러주며 가다보니 어느듯

버스는 목적지인 한계령에 도착하였다. 한계령은 물끼 가득 머금은 짖은 안개에 뒤덥혀있었다.

 

마치 나의 회자정리(會者定離)를 위한 묵언수행(默言修行) 산행을 축복해 주기 위한 

몽환적(夢幻的) 분위기을 연출하고 있었다.

 

9시 정시에 한계령을 출발하여 산행을 시작했다. 가파른 계단길을 3분 정도 오르면 위령비(慰靈碑)

에 도착한다. 이 위령비(慰靈碑)는 1973년 한계령 도로를 군인들이 개설하면서 희생된 108명의

혼령들을 위로 하기 위하여 세운 비석이다.

 

맑은 날씨였으면 먼곳의 풍경에 매료되어 가까이 있는 이런 이름없는 바위의 형상은

그냥 스처 지나갔을 것들에 눈길 한번 주고..

 

설악의 오리지날 된비알 코스에 설치되어 있는 철테크 계단길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올랐다.

 

먼길의 일박산행이라 무게를 최소한 줄이려고 먹거리를 준비하지 않고 산장에서 구입(라면과 햇반)

하려 했다가 낭패를 본 경험이 있어서 산에서 5식과 간식은 모두 준비하여 배낭에 넣었다. 한계령

들머리에 마련되어 있는 저울에 중량을 채크해 보았더니 12kg이였다. 젊은 나이면 별 것 아닌

무게이지만, 공릉능선과 서북능 일부 구간의 무게로는 만만하지 않는 무게이다.

 

기실 장거리 산행의 승패는 배낭의 무게에 달려 있다. 특히 설악산의 대청봉을 경유하여 공릉능선의

바위길을 종주산행 할 때는 무조건 배낭의 무게를 최소한으로 줄이는게 유쾌 상쾌한 산행을 할 수

있는 비결인데.. 어찌하자고 환갑을 지난지도 한참 지난 나이에 1박산행에 12kg의 배낭 무게를

만들었지 모르겠다. 큼큼~ 모처럼의 1박산행이라 챙긴 것들이 많았나 보다..^^

 

배낭의 무게에 어쩔수 없이 자주 쉼을 하면서 한계령 된비알길을 땅만 보고 걸었다. 내 힘든 산길을

위로해 주려는듯 길섶에는 금강초롱꽃이 그 특유의 아름다운 고유의 색상으로 나를 유혹하고 있다.

 

흔하지 않는 흰색의 금강초롱꽃도 만나고..

 

한 모퉁이의 길을 돌아서 올라가면..

 

청초한 산구절초와 강열한 보라빛깔의 새며느리밥풀꽃들의 세상이였다.

 

다시 잘 정리정돈된 바위길을 돌아서 올라가니..

 

이번에는 흔히들 들국화라고 부르고 있는 쑥부쟁이꽃들이 반겨 주고 있었다.

 

한계령에서 한계삼거리 중간지점에서 만나게 되는 묘하게 생긴 오랜된 서어나무이다.

동행자가 있으면 쉬어 가는 곳인데..^^

 

고마울지고..^^ 예전에 이 철계단이 없을 때는 무척 힘들고 어렵게 다녔던 길인데..

지금은 편안히(?) 올라 갈 수 있어 좋다.

 

지척을 분갈할 수 없던 물끼 먹은 안개도 산 위로 올라갈수록 조금씩 가벼워 지는 느낌이다.

 

가을색으로 물들어 가는 풍경에 인증샷을 하고 보니 여성 산객 두 명도 가을풍경을 담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분들이 잠시 쉬고 있는 옆을 묵언수행(默言修行)산행을 위하여 그냥 지나치려 했는데..

그 분들이 인사를 하기에 나도 가벼운 인사로 답을 했다.

 

그런데 두 분 중에 한 분이 나를 알아 보았다. 내 블로그에 자주 오시는 분이라 했다. 닉 네임을

물어보니 가끔씩 블로그에 방문하여 리플도 달아 주셨던 분으로 기억되었다. 별 볼 일 없는

나이 많은 중늙은이를 스처 지나가는 이런 산길에서 알아봐 주시는 님에게 무한한 고마움을

전했다. 두 명의 사모님들은 춘천에서 오신 분들이였다.

 

그리고 두 사모님을 자세히 보았더니 일반 아마추어 등산객이 아닌 프로 냄새가 나는 등산 메니아

같았다. 우선 배낭과 옷, 신발과 장비들이 전문꾼들이 선택하는 것들이며 적지 않은 나이들이지만

산길을 걸어가는 폼새가 그렇게 말해 주고 있었다.

 

일단 나는 회자정리(會者定離)를 위한 묵언수행(默言修行)의 산행을 접기로 했다.

 

산을 좋아하는..그것도 조건없이 무지하게 좋아하는.. 그 감성과 열정만으로 소통할 수 있는

동행인들이 있으므로 회자정리(會者定離)의 묵언수행(默言修行)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대청봉까지는 동행산행을 하기로 했다.

 

김일성이가 좋아해서 북한의 국화꽃이 되었다는 산목련꽃도 회자정리(會者定離)를 위하여

붉은색 열매로 익어가고 있다.

 

푸르름과 싱싱함을 자랑하던 잎새들도 회자정리(會者定離)를 위하여 먼저 물들어 가는 단풍잎..

 

한계삼거리를 지나 대청봉으로 가는 서북능선에 올라서자 물 먹은 안개는 조금씩 가벼워지며

주변의 사물들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물들어가는 단풍잎의 색상이 푸르름속에서 돋보인다.

 

서북능선에 올라서 첫번째 쉼터에서 바라 본 남설악 흘림골 부근에 있는 칠형제바위의 몽환적

(夢幻的) 풍경이다. 일상에서는 만날 수 없고 꿈속에서나 가끔 만날 수 있는 몽환적(夢幻的)

그림들을 아마도 오늘은 설악에서 원 없이 볼 것 같다.

 

잠시 쉼을 하는 동안 나에게로 가까이 접근한 다람쥐 한 마리..익숙한 솜씨로 눈치고치 보지않고,

경계심도 없이 잘 받이 먹는다.

 

서북능선길에 곱게 단장을 하고 한창 무르익어가는 마가목 열매들..

 

팔만 뻗으면 딸수있는 마가목 열매들이 지천이다.

 

아직은 조금 덜익은 미숙의 상태이다. 몇 일만 지나면 마가목의 열정적인 붉은 색상이

뭇 산행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이다.

 

요즘은 갈 수 없는 비탐코스인 백운동계곡..

 

서북릉의 암릉구간을 가볍게 올라서는 춘천의 사모님..^^

이런 구간을 저런 자세로 올라가는 폼은 능숙한 유경자만의 자세이다.

 

멀리 중청과 대청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안개와 구름속에서 조망되도 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석고당골 넘으로 들머리였던 한계령과 필례령이 살짝 보인다. 그런데 필례령은 많은 사람들에게

은비령으로 불려지고 있다. 필례령(弼奴嶺)이 은비령(銀飛領)으로 더 유명해 진 것은 작가 이순원

씨가 1996년에 발표한 소설 제목 때문이다. 소설의 내용은 중년남녀의 멜랑꼴리(melancholia)한

사랑을 그린 것으로 일독을 권한다..^^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참나무 괴목..

 

산꾼들에게 약초주로 가장 사랑받는 고본(藁本), 또는 지신(地新), 토궁(土芎)이라 한다.

 

인가목 열매.. 인가목은 높은 산에서만 자생하는 장미과의 낙엽관목으로 장미의 원종 중 하나이다.

꽃은 향기가 좋으며 장미향기와 흡사하다.

 

투구꽃..생약명 초오(草烏) 또는 부자(附子)로 알려진 맹독성 독극물..

 

흔하지 않는 흰송이풀꽃..

 

서북릉을 지키고 있는 거목.. 앞으로도 수백년은 더 살 것 같다.

 

붉게 익어가는 백당나무 열매..열매가 없을 때는 닥나무잎과 혼동하기 쉽다.

 

서북릉에서 각종 식물들이 다양하게 서식하고 있는 초원지대..

 

으악~! 길섶에서 만난 뱀..이름하여..칠점사(까치살모사) 새끼 비암이다.

언듯보기에는 살모사(까치독사) 같기도 하고..?

 

산오이풀꽃..실제로 이잎을 비벼보면 오이냄새가 진하게 난다.

 

쥐손이풀꽃으로 알고 집에 와서 동정해 보니 둥근이질풀꽃이다. 참으로 야생화는 갈수록 태산이다..^^

 

구월의 꽃 산구절초이다.

 

산부추꽃..

 

예전에는 용담꽃이라 했는데..이제는 과남풀꽃이라 부르고 있다.

 

끝청에 도착.. 오래전 오색약수쪽에서 이곳 끝청으로 바로 산행을 가끔 다녔는데..

지금은 폐쇄하여 출금지역이다.

 

멀리 대청봉이 조망되고 있다.

 

중청도 지척에 보이고..

 

끝청에서 바라 본 점봉산 방향.. 날씨가 쾌청하면 흘림골로 넘어가는 등선대가 보이는데..

 

지나온 서북능선과 귀때기청봉, 그리고 안산..

 

귀때기청봉과 안산, 그리고 백담사 방향 계곡 풍경이다. 용아장성능의 일부가 보인다.

 

산 아래 오른쪽으로 용아장성능이 조망되고 있다.

 

줌으로 당겨 본 기암괴석의 용아장성능이다.

 

용아장성능과 공릉능선 일부가 함께 조망되고 있다.

 

줌으로 당겨 본 봉정암이다.

 

수렴동계곡과 용아장성능 전경..

 

아름다운 설악의 조망을 즐기고 있는 춘천 사모님들..

 

산 위에는 부분적으로 단풍색이 곱게 물들어 가고 있다.

 

설악산의 터줏대감..사스레나무..

 

지난해까지는 멀쩡했던 용머리를 닮은 고사목이 쓰러져 있다. 나무도 때가 되면 이렇게 사라져 간다.

 

중청 둘레길에서 바라 본 중청대피소와 대청봉..산 아래 천불동 계곡 방향은 안개속이다.

 

여름의 끝자락이 서성거리다 떠나 가고 가을이 성큼 닥아 온 대청봉 풍경을 담고 있는 춘천의 사모님들..

 

서북능선이 시작되는 중청 삼거리 이정목..

대청으로 가고..소청으로도 가고..끝청으로 갈라지는 중청 삼거리..

 

산 아래 풍경이 꿈속의 풍경 같으다.

 

이쪽을 봐도 꿈속의 풍경이요..

 

저쪽을 봐도 몽환적(夢幻的) 그림들이다.

 

내일 걸어야 할 공릉능선을 줌으로 담아 보고..

 

시시각각으로 변화무쌍하게 감추었다 보였다를 연출하고 있는 천불동 계곡 방향이다.

 

대청봉으로 올라가다 잠시 뒤 돌아 본 중청과 대피소 전경이다.

 

보고 또 바라 보아도 신비롭기만한 설악산의 절경이다.

 

설악산 대청봉에 도착하였다. 남한에서 3번째로 높은 설악산은 주봉인 대청봉(1,708m)을 비롯하여

700여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설악산은 현재 백두대간 상의 공룡능선을 중심으로 그 동쪽

지역을 외설악, 그 서쪽 지역을 내설악이라 하고, 서북능선을 경계로 한 그 남쪽 지역의 장수대지구,

한계령지구, 오색지구 일원과 44번 국도 남쪽의 가리봉, 등선대, 점봉산 일대를 남설악이라 일컫고 있다.

 

이 중 남설악은 손경석 선생이 1970년에 "雪嶽山"이란 성문각 판 등산 소책자를 편찬하기 위해

실지조사를 하면서 44번 국도 남쪽의 설악권 지역을 편의상 구분하여 명명한 것이었으나,

지금은 범위가 조금 확대되어 그대로 정착되어 쓰이고 있다.

 

또 최근에 이르러서는 등산 애호가들이 설악산 국립공원 권역의 경계 북쪽 매봉산(1,271m) 일대,

신선봉(1,204m), 마산(1,052m) 일대를 더러 북설악이라 일컫기도 한다.

 

‘청봉이 곧 설악의 최고처..’ 설악산 최고봉인 대청봉은 조선시대에는 본래 청봉(靑峯)이라 일컫던

봉우리이다. 동국명산기에 의하면, 그 봉우리가 높아서 높고 푸른 하늘을 만질 듯하고, 멀리서

보면 단지 아득하고 푸르기만 하므로 그 최고 정상을 가리켜 청봉(靑峯)이라 이름하였다고 한다.

그는 또 이 봉우리의 모습을 둥글둥글하면서 가파르지 않고, 높으면서도 깎아지른 듯 험준하지 않고,

우뚝 솟아 서 있는 것이 마치 큰 거인 같다고 하였다. 여름에 중청봉쪽에서 대청봉을 바라보면

그러한 모습을 실감할 수 있다.

 

현대로 오면서 대청봉, 중청봉, 소청봉, 끝청봉과 그 귀때기 부위에 해당되는 귀때기청봉도

모두 대청봉과 유사한 면이 있다고 하여 함께 청봉이란 이름을 붙여 그 이름을 세분화하여

부르고 있다.

용아장성릉이 시작되는 봉정암 사리탑 뒤 큰 봉우리를 이룬 석가봉(釋迦峯), 암자를 중심으로 오른편

동쪽에 기린봉(麒麟峯), 할미봉, 북쪽에 독성나한봉(獨聖羅漢峯), 지장봉(地藏峯), 가섭봉(迦葉峯),

아난봉(阿難峯) 등이 자리하고 있다. 진신사리를 봉안한 불교성지답게 불교적 이름을 지닌

봉우리들이 마치 신장(神將)이 암자를 호위하듯이 두르고 서 있다.

 

스처 지나가는 특별한 인연으로 서북능 일부구간을 더불어 함께 동행산행을 한 춘천의 사모님들과는

대청봉에서 해여졌다. 님들은 당일산행이라 춘천으로 돌아가는 차 시간을 위하여 오색약수쪽으로

하산을 하고 나는 희운각대피소로 향하였다.

 

중청에서 소청으로 가는 길섶에는 잎들이 저마다의 고유의 색상으로 갈아 입고 있다.

 

산구절초꽃들이 아기들처럼 활짝 웃고 있다.

 

대청과 중청 주변에는 고본이 특별관리되고 있어 상당한 개체수로 번식하고 있었다.

 

고려엉컹귀.. 산 아래의 모습과는 완연하게 다른 모습들이다.

아마도 고산에서 살아 남기 위한 특별한 전략인듯..

 

산앵도나무열매..

 

소청에 도착..

 

소청에서 뒤돌아 본 대청봉(좌)와 중청봉(우)..

 

소청에서 바라 본 귀때기청봉(가운데) 방향..

 

소청에서 바라 본 공릉능선 전경이다.

 

소청에서 바라 본 용아장성능 방향..

 

용아장성능을 줌으로 당겨 보았다.

 

소청에서 파나로마로 담아 보았다.

 

공릉능선은 줌으로 최대한 당겨도 보고..^^

 

천화대 릿지코스의 범봉을 크로즈업해 보았다. 역시나 잘 생긴 모습이 위풍당당이다.

 

심오한 운해에 뒤덥혀 있는 천불동계곡..

 

희운각에서 소청산장이나 봉정암으로 가는 사이길에 있는 용머리바위..

지금은 이 길이 비탐코스라 흔적도 없이 사라져 보이지 않는다.

 

보는 각도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새로운 아름다움을 연출해 주는 천불동계곡 방향의 풍경들..

 

다시 고도를 낮춰서 파나로마로 담아 보았다.

 

대청을 출발하여 소청을 거처 오는동안 몽환적(夢幻的) 피안의 세계일것만 같은

천불동계곡은 끝끝내 모습을 들어내지 않는다.

 

희운각과 소청 된비알 능선에 있는 생을 다 한 고사목..

 

석양에 빛나는 장엄한 신선대의 위용..

 

산 아래에는 오늘 내가 하루밤 신세를 지게된 희운각 대피소이다.

 

저 철다리를 건너면 오늘의 산행은 끝난다.

 

새로지은 희운각은 처음이다. 그리고보니 이쪽으로 산행은 강산이 한번 변한다는 십여년만이다.

 

수용인원 30명이 정원인 희운각 대피소.. 이른 저녁으로 생우동과 햇반으로 때우고 금지선을 넘어

개울로 가서 하루 종일 흘린 땀을 얼음장같이 차거운 물에 몸을 씻고 새 옷으로 갈아 입으니 내가

바로 신선이 된 기분이렸다..^^ 희운각 대피소는 숲속에 있어서 전망이 없으므로 모두 소등시간

전에 잠자리에 들어갔다. 어찌된 일인지 나는 잠이 오지 않아서 밖으로 나와 숲속의 하늘을 바라

보았다. 유리알 구슬들같은 별들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바라 보노라니 문득 "은비령"의 소설이

생각난다......

 

다음날(9월 6일) 미명의 시간에 일어나 랜턴 불빛에 의지하여 라면과 햇반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희운각 대피소를 출발하였다.

 

랜턴 불빛에 의지하여 신선봉 최고의 포토존이 있는 곳으로 홀로 가다보니 뒤에 누구인가 따라

오는 불빛이 있었다. 잠시 기다려서 동행산행을 한 사람은 일산에 거주하는 분으로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이였다.

 

신선봉 포토존에서 일출이 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희운각에서 동숙을 한 청주에서 오신 다섯분을

만났다. 그 분들은 백두대간 구간종주를 하는 사람들로 오늘 공릉능선을 넘어 비탐코스인

저항령을 거처서 황철봉을 넘어 미시령까지 가신다고 한다.

 

신선대 포토존에서 일산분과 일출을 기다는 동안 역시 희운각에서 동숙을 하였던 부천에서 오신

칠십대의 두 분이 오셨다. 그 분들을 모두 먼저 출발하고 나는 일출을 보기 위하여 약 50분 정도

신선대 포토존에서 머물었다.

 

신선대 포토존 앞에 있는 명품송 한 그루..

 

일출은 화채능선 칠성봉 위로 검붉게 솓아 올랐다. 화려하가나 장엄한 일출 장면은 아니였지만

바램대로 일출을 보았다.

 

조금 더 기다려보면 천화대 범봉의 웅장한 모습과 1,275봉의 삼라만산의 그림을 보여 줄 것

같았지만 발길을 서둘렸다.

 

몽환적(夢幻的) 분위기에 휩싸인 공릉능선의 모습..

평생을 뒤고 이런 멋들어진 광경을 몇 번이나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서둘러 가던 발길을 잠시 멈추고 조금전 지나 온 신선대 포토존을 뒤돌아 보았다.

역광이라 아쉽지만 이 정도면 감사할 일이다.

 

바위 사면을 휘돌아 가다가 만난 흰솔나리 한 송이..

개화를 하는 중인지..열매를 맺고 있는 중인지..잘 모르겠다.

 

분취꽃..버들분취인지..? 은분취인지..?

 

숲 사이로 범봉이 조망되고 있다.

큼큼~범봉은 공릉능선의 길잡이 역활을 톡톡히 하고 있는 좌표이기도 하다.

 

줌으로 당겨 보았다. 힘차게 잘 생겼다.

 

급사면을 돌아가는 길은 안전하게 잘 정비되어 있었다.

 

기기묘묘한 바위의 형상 넘으로 1,275봉이 조망되고 있다.

 

공릉능선이 왜 공릉능선인지 풍경으로 보여 주는 침봉들..

 

공릉능선의 묘미는 셀 수 없을 만큼 오르고 내려야 한다.

그러므로 공릉능선은 오름과 내림을 즐기지 않으면 무척 힘든 고행길이 된다.

 

잠시 용아장성능을 바라 보았다. 뒤의 귀때기청봉은 아직도 안개에 뒤덥혀 있다.

 

가기에 바빠서 미처 알아 보지 못했던 손바닥 바위도 있었다.

 

서울의 북한산 같으면 저 봉우리마다 이름들을 다 불러 주었을 텐데..

아쉽게도 공릉의 바위들은 내가 아는 이름이 별로 없다.

 

이름을 불러 주지 않아도 항상 당당하게 그 자리에 있는 바위들..

 

사실 공릉은 많은 시간을 소요하는 코스라 제대로 릿지를 하면서 암봉을 오르내리려면

몇 달은 산행을 해야 할 것 같다.

 

다시 용아장성능을 바라보고..

 

여기서부터 산 길은 남사면으로 바뀌어 있다.

 

지나온 공릉능선을 뒤돌아 보았다. 오른쪽 멀리 대청봉이 보인다.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1,275봉이다. 공릉능선에서 가장 힘들게 내려 갔다 다시 올라 가야 하는 구간이다.

 

그래도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남한 최고의 공릉능선의 비경들을 감상하며 걷다보니

힘든 줄도 모르고 걷고 있다.

 

공릉능선길을 혼자 걸으며 회자정리(會者定離)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人生은 너와 나와 만남인 同時에 너와 나와의 헤어짐이기도 하다. 離別 없는 人生이 없고 離別이

없는 만남 없듯이 살아 있는 자에게는 반드시 죽음이 오고 만나는 자는 반드시 헤어져야 한다.

우리는 이 世上에서 永遠히 사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떠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정든 家族, 정든 愛人, 정든 親舊, 정든 故鄕, 정든 物件과 永遠히 떠난다는 것은 참으로 괴롭고

슬픈 일이다. 우리는 살아가는 同時에 죽어가는 것이며 죽음은 人間 實存의 한계 狀況이다.
피하려야 피할 수 없고 벗어나려야 벗어날 수 없는 運命的 狀況이요 絶對的인 狀況이다.

그래서 누구나 죽음 앞에 서면 肅然해지고 眞摯해진다. 우리는 이 世上을 언제고 떠날 準備를 하면서

살아야 힌다. 언제 죽더라도 泰然自若하게 죽을 수 있는 마음의 準備는 얼마나 重要한 일인가..?

언제 떠나더라도 조용하게 떠날 準備를 하는 生死觀을 確立하는 것이 참으로 重要하다.

우리는 永遠히 사는 人生이 아니다. 그리고 죽음은 豫告 없이.. 그리고 例外 없이 우리를 찾아 온다.
죽음의 차가운 손이 언제 나의 生命의 門을 두드릴지는 모른다. 그때는 사랑하는 나의 모든 것을

두고 혼자 떠나야 한다.

 

人生에 대한 執着과 物質에 대한 貪慾을 버리고 地上의 것에 對한 盲目的인 慾心을 버려야 한다.

오늘이 어쩌면 나의 삶이 마지막 일지도 모른다는 生覺에 주어진 오늘에 感謝하며 最善을

다하는 삶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회자정리(會者定離)를 위한 묵언수행(默言修行) 산행을 하며 가다 선그라스 하나를 주었다.

아마도 오늘 공릉능선을 산행하던 산님들 중에 누구인가 흘린 것 같았다. 혹시 선그라스를 잃어

버린 주인을 찾아 줄 수 있다면 좋을텐데..

 

그렇게 1,275봉 안부에 도착하니 나 보다 앞서 가신 부천에서 오신 노익장님들이 쉼을 하고 있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선그라스의 주인은 두 분중에 한 분이였다. 다행히 선그라스의

주인을 찾아 줄 수 있어서 나도 기분이 좋았다.

 

두 분 다 70대 이상의 고령임도 불구하고 나 보다 더 공릉능선을 잘 가신다.

 

이런 저런 산 이야기을 하며 걸었다.

 

이제 나한봉이 눈앞에 보인다.

 

세존봉이 조망되는 안부를 지났다.

 

공릉능선에서 만난 바람꽃..바람이 부는 곳에서 잘 자란다고 하여 바람꽃이라고..

헌데 꽃은 딱 한 송이만 피어 있다.

 

산꿩의다리도 열매을 맺고 있다.

 

모시대꽃..

 

바위떡풀꽃인지..? 참바위취꽃인지..? 시간날 때 다시 동정해 봐야겠다.

 

친절하게 거리을 안내하는 이정목..

 

이정목 암부에서 바라 본 세존봉.. 이제부터 공릉능선의 방향타 역활을 하는 세존봉이다.

 

지나 온 공릉의 남사면..바라 보는 것 만으로도 오금이 저린다.

 

다시 또 한 고개를 넘었다.

 

이 부근이 공릉능선의 나한봉 아래 같다.

가운데 보이는 능선은 용아장성능이고..오른쪽 봉우리는 귀때기청봉이다.

 

부천에서 오신 두 노익장님들이시다.

 

공릉능선을 종주하면서 끈임없이 방향타 역활을 하는 세존봉..

 

줌으로 당겨보니 세존봉 뒤로 울산바위가 시야에 들어 온다.

 

공릉능선 산길에는 도토리가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하긴 공릉능선이 순전히 바위들로 이루어져 있으니 짐승들도 잘 찾지 않는 것 같았다.

 

이름하여 적벽이라고 부르고 싶은 암봉..

 

수렴동계곡과 가야동계곡이 만나는 전경..

 

나한봉에서 안부로 내려가다 바라 본 세존봉.. 이 능선에는 마가목 열매들이 풍요롭게 열려 있었다.

 

이곳에서는 세존봉 뒤로 멀리 달마봉이 흐릿하게 조망되고 있다.

 

마등령이 눈앞에 있다. 뒤에는 황철봉이다.

 

마등령 삼거리에서 부천의 노익장님들이 라면을 끓여서 함께 나누어 배불리 먹었다. 이후부터 나는

사진찍기와 표고버섯을 채취하느라 부천의 노인장님들과는 해여지고 산행이 끝날 때까지 만나지

못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드림니다.

 

마등령 삼거리에서 바라 본 지나 온 공릉능선의 전경이다. 뒤로 대청(좌)과 중청(우)이 조망되고 있다.

 

마등령 삼거리에서 바라 본 세존봉..

 

마등령 삼거리에서 비선대로 가는 길은 마등령 정상을 가지 않고 오른쪽 계곡 철계단길을 통하여

옆으로 돌아게 되어 있었다.

 

비선대로 가는 하산길에 만나게 되는 너덜지대..

 

세존봉으로 가면서 바라 본 천화대릿지 구간의 암봉와 공릉능선의 1,275봉과 나한봉 전경..

그리고 뒤로 대청(좌)과 중청(우)..

 

바로 앞에 금강문이 보인다.

 

 

금강문을 지키고 있는 암봉(금강봉?)..

 

파노라마로..

 

세존봉 아래에 있는 샘터..시원한 물 한잔 마시고 주변의 쓰러진 참나무 고목을 조사해 보았더니

예상했던 대로 표고버섯이 있다.

 

올 해는 지독하게 가물었던 한 해라서 이렇게 수분이 많은 계곡부근이 표고벗이 나오는 포인트였다.

 

대체로 상태가 양호한 성숙단계에 있는 자연산 표고버섯들이 쓰러진 고목나무 마다에 즐비하였다.

 

생표고 하나를 와장창 입속에 넣고 살짝 씹어 보았더니 특유의 표고버섯향이 진동을 한다.

 

서북릉에서 함께 동행한 춘천의 사모님이 그토록 만나보고 싶어 하였던 표고버섯이였는데..서북릉은

고도의 높이와 습도와 온도 등등이 맞지 않아서인지 표고버섯이 전혀 보이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

이곳은 표고버섯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아직도 하산할 길이 멀어서 상태가 양호한 것들만 선별하여 약 2kg 정도만 수확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두고 하산을 하였다.

 

그리고 마침 마등령으로 올라가는 젊은부부를 만나서 그네들에게 한끼 반찬용으로

표고벗을 조금 나눔하였다.

 

회목나무 열매..

 

또 하나의 암문을 통과하여..

 

세존봉을 마지막으로 지근거리에서 뒤돌아 보고..

 

기암괴석이 즐비한 천화대 릿지 능선길..

 

앞산 왼쪽 봉우리는 권금성 케이블카로 올라가서 조망을 하는 망군대와 집선봉이다.

그리고 칠성봉과 화채봉이 조망되고 있다.

 

가운데 능성은 천화대 릿지 능선이다.

 

천불동계곡 초입 전경이다.

 

금강굴로 가는 삼거리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잠시 망설였다. 대략 9시간 산행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약 100m의 철계단을 올라가서 금강굴을 들려다 갈 것이지..아니면 그냥 하산을 할 것인지..

일단 배낭을 벗어 놓고 금강굴을 들렸다 가기로 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금강굴을 다녀간지 20년도 더 지난 것 갔다.

예전과 많이 달라진 철계단을 따라서 꾸역꾸역 올라갔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계곡 풍경이다.

 

시원하게 들려오는 계곡 물소리와 푸른 물빛만으로 오감이 카타르시스 되는 기분이다.

 

전망대에서 바라 본 천불동 초입 전경이다.

 

장군봉에 있는 금강굴 입구..

 

금강굴에는 객만 있고 상주하는 스님인지 보살님인지 자리를 비우고 없다.

 

삼존불이 모셔져 있는 금강굴 내부 전경..

 

금강굴속에서 바라 본 밖의 풍경..

 

금강굴 입구에서 바라 본 전경..

 

비선대 통제관리소를 지나고..

 

와선대 청정수에 퐁당 뛰어 들고 싶었으나..출금지역이라 그냥 하산을 하였다. 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여야 할 몸이라 하루종일 흘린 땀을 저항골입구 부근에서 살짝 월담하여 청정수에 몸을

씻고 새옷으로 갈아 입으니 신선이 따로 없다.

 

장장 10시간의 산행으로 공릉능선 산행을 금강교에서 마무리했다. 그것도 12kg의 배낭을 짊어지고

무탈하게 산행을 마친것은 아직도 나는 건강하다는 증표인가 보다. 이번 설악산 산행은 예전에

미처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했던 또 다른 설악산의 매력을, 특히 공릉능선의 절묘하고 신비로운

풍경에 매료되었다. 하여 앞으로는 자주 설악을 찾을 것만 같다. 큼큼~

 

2016/09/09 - 휘뚜루 -

설악가 / 설악가에 담긴 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