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백두대간 진동리계곡 자락에 있는 1,114m 무명봉 산행
- 2019/06/11 -
한 때 남한의 대표적 오지로 알려졌던 진동리계곡..진동계곡의 안쪽에는 바람부리, 쇠나드리, 설피마을이라는 지명이 있다.
바람부리란 지명은 바람이 너무 거세게 불어 생겨난 이름이고, 쇠나드리는 원래 세줄기 험한 물줄기가 길을 막는다 하여
세나드리로 불리던 곳인데 '버덩'(벌판)에 소를 방목하면서 쇠나드리로 바뀌었다고 한다. 또는 내(川)의 여울이 급하고
바람이 거세어 소가 건너 다니기 힘들고, 때로는 소가 바람에 날아가서 쇠나드리로도 부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최근들어서는 설피마을이란 지명이 더 유명하다. 설피는 겨울철 눈이 많이 왔을 때 신고 다니는 것으로 나무로
둥글게 엮어 만든 것이다. 눈이 너무 많이 오는 마을이라 설피가 없으면 다니지 못하기 때문에 붙여진 마을이름이다.

일제시대 때는 난리를 피해 이곳을 '정감록'에 나와 있는 기린곡의 피장처로 믿었던 평안도 사람들이 집단이주를 하여
살았다는데 6.25를 거치면서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인적이 끊겼던 마을이였다. 마을로 들어오는 자동차 길이 생긴 것도
1984년 군인들이 인제 현리 방동에서 조침령을 넘어 양양 서림마을까지 비포장 신작로 길을 개설하면서 이고, 그리고
2006년 8월 설피마을 위쪽에 양수발전소 상부땜을 건설하면서 포장길을 만들어 지금은 오지가 아닌 곳이 되었다.

허지만 포장도로와 마을은 전기가 들어와 오지답지 않지만, 주변의 산속은 인간의 간섭을 한번도 받지않은 천연림이라
생태계가 살아 있는 곳이다. 하여 오늘은 더불어 님들하고 오래전 각종 산나물과 버섯들의 나의 무허가 농장이였던
백두대간 조침령과 구룡령 사이에 있는 1,061m 무명봉과 연가리골의 물줄기가 시작하는 1,114m 무명봉을
대중교통편으로 다녀 오기로 하였다.

항상 산행하는 날 기상시간은 알람에 의지하지 않고 기상하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알람시간을 맞춰놓고 잠들었는데,
무슨 연유인지 알람소리조차 듣지 못하고 조금 늦은 시간에 기상을 하였다. 급하게 서둘러서 택시를 타고 동서울 터미널로 갔다.
다행히 약속시간보다 30여분 빨리 도착하였다. 알람이 울리지 않은 걸까..? 알람을 듣지 못한 것일까..? 그도저도 아니면..?
미스테리이다..^^

서울 동서울터미날에서 인제 현리까지 바로가는 시외버스는 하루 3번 늦은 시간에만 있어서 06시 40분에 홍천으로 가는 직행
첫 차를 타고 홍천에 07시 45분에 도착하여 약 30분 기다려 인제 현리까지 가는 08시 15분 시외버스타고 09시 25분에 현리에
도착하여 곧 바로 대기하고 있는 택시로 1,114m 무명봉 들머리에 내렸다.(현리에서 산행 들머리까지 약 21km, 소요시간 25분,
택시요금 27,000원) 1,114m 무명봉으로 가기 위해서는 도로에서 오른편 가드레일을 넘어 공터를 지나 언덕을 내려가면
진동리계곡이다.

천연기념물(제 73 호, 제 74 호)로 지정되어 있고, 환경부 야생동식물로도 보호되고 있는 열목어가 사는 청정계곡이다.
열목어는 찬물에서만 서식하므로 계곡물이 얼음장물이다. 6월의 계곡물이 이렇게 차가운건 오랫만이다.

진동리계곡(방태천) 얼뭄물에 시원한 맛사지를 받고 산행준비를 하였다.

1,114m 무명봉으로 가는 계곡 들머리..이곳에서 계곡과 능선으로 가는 두가지 길이 있는데, 우리들은 계곡길을 선택하였다.
초반의 능선길은 가팔라서 계곡길로 가다가 능선길로 가는 것이 조금 수월하기 째문에 계곡길을 선택하였다.

그런데 약초꾼과 산나물꾼들만이 다니는 이 길은 초반부터 각종 장애물들이 길을 가로 막고 있다.
아마도 산신령님이 산에 들 때는 무엇보다 겸손함을 배우라는 뜻인가 보다.

이슬비도 가랑비도 아닌 는개비가 내리는둥 마는둥 하더니 하늘은 조금씩 밝아지고 있다.
기상청 예보로는 오늘 이곳 진동리계곡은 오전 흐림이고 오후부터는 맑음으로 예보했는데..조금은 빗나간 예보인듯하다.

길 같지 않은 길이 시작되었다.

하긴 이곳을 80년대 말부터 들락거리며 한때는 일년에 수십번 드나들었던 무허가 농장이라 눈감고도 찾아 갈 수 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최근에는 3년만에 찾아 온 것 같다.

다시 겸손함을 몸으로 실천하고..

내 기억에 따르면 5~6년전 무슨 태풍이 이곳을 지나가며 직격탄을 날려서 그때 수많은 고목나무들이 쓰러졌다.

길도 아닌 길은 계속 계곡을 왼편으로 끼고 사면으로 돌며 올라간다.

이번에는 완전히 두손과 두 발을 이용하여 땅바닥을 기어서 통과를 해야하였다. 최대한의 겸손함을 배우며..^^

앞을 가로막는 넝굴이다. 새삼(생약명:토사자)인가 했는데..자세히 보니 아닌 것 같다. 그럼 뭐지..?

이제부터는 약초꾼이나 산나물꾼들이 다니던 길도 사라졌다. 본격적으로 길 없는 산행이 시작되었다.

각종 산나물들이 지천인데..동작 빠른 손님들이 먼저 다녀간 흔적들이 여기저기 남아 있다.
산행 들머리일 때 반짝하던 햇빛이 고도를 높이자 사라지고 다시 는개비와 안개가 스물스물 피어나고 있다.

계곡을 버리고 사면으로 올라서니 민백미꽃이 여기저기 보이기 시작한다.
물기를 가득먹은 가파른 길 없는 사면길은 상당히 미끄럽다.

능선쪽으로 올라서니 예나 지금이나 온통 민백미꽃밭이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민백미꽃 향기가 몽환적인 천연림 숲속에서 진동을 한다.

아주 오래된 괴목 한 그루..능선과 계곡쪽은 단풍나무가 많아서 가을단풍 시즌에는 단풍이 장관인 곳이다.
고도를 높일수록 는개비와 안개의 농도가 짖어지고 있다.

능선길에는 간혹 스처지나가는 바람도 있다. 따라서 바람이 시원한게 아니고 지금은 춥게 느껴지고 있다.

모처럼 먼산에서 맞이하는 몽환적인 분위기가 색다르다.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은 마음으로 보라고 하는 것 같다.
특히 천연림으로 이루진 이곳의 모든것들은 자연 그대로이다. 마음으로 읽어가는 풍경들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산들은 일제시대 때 일본이 나무를 수탈하기 위하여 전국의 모든 산들에 산판길을 만들어 벌목을 하였는데..
이곳처럼 지형이 험악한 몇 곳은 산판길을 만들지 못하여 벌목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현재 남한에 천연림으로 남은 곳은
몇 곳 되지 않는다.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는개비와 안개의 농도가 짖어지고 있다.
간혹 바람도 스처지나가고하여 체감온도는 영상 7~8도 정도로 한기를 느낄 정도이다.

는개승마(삼나물) 대형 군락지..

여로같은데..꽃의 모양새가 아닌것 같다. 그럼 뭐지..?

드디어 1,114m 무명봉 정상에 도착하였다. 1,114m 무명봉은 백두대간 1,061m 무명봉에서 약 100m 정도 벗어난 곳에 있다.

그리고 1,114m 무명봉은 연가리골이 시작하는 제일 높은 봉우리이다. 연가기리골의 지명(명칭)의 유래는 조선시대 예언서인
정감록에 "삼둔사가리"가 나오는데, 이는 전쟁(난:亂)이 났을 때 피난 갈 수 있는 7곳을 가리킨다고 한다. 정감록에 나오는
"3둔4가리"에서 "둔"은 언덕을 뜻하고 "가리"는 밭을 갈 수 있어 자급자족할 수 있는 장소를 말한다. 3둔에는 살둔(생둔),
달둔, 월둔이 있고, 계곡을 의미하는 4가리에는 아침가리, 연가리, 적가리, 명지가리(명지거리)가 있다.

일단 정상 주변에서 더불어 님들이 준비해 온 찰밥과 나물반찬으로 맛있는 점심식사를 하였다. 식사를 하면서 더불어 님들에게
산행계획을 수정해야겠다고 전하였다. 원래는 이곳에서 연가리골로 하산하며 곰취와 표고버섯, 그리고 각종 진귀한 보물(?)
산행을 하려고 했는데..이곳에서 연가리골로 내려가는 코스는 약간의 위험성이 있으므로 이렇게 날씨가 나쁜날은 가지않는게
좋을 것 같다고 하고..대신 1,061m 무명봉에서 백두대간 조침령방향으로 가다 바람부리쪽 코스로 내려 가기로 하였다.
따라서 오늘은 보물(?)찾기산행은 포기하고 그냥 백두대간길 걷기산행만 하기로 하였다.

1,114m 무명봉에서 1,061m 무명봉까지 가는 능선길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온통 민백미꽃밭이다.

순백색 꽃이 아름다운 민백미꽃..꽃 이름 앞에 ‘개’나 ‘민’ 자가 들어가는 것들은 본래의 종보다 다소 못하다는 뜻을 지닌다. 예를
들어 살구보다 개살구는 맛이 덜하다. 민백미꽃은 백미꽃에 비해 꽃이 약간 뒤쳐진다. 백미꽃은 짙은 자주색 빛깔이 아름다운데,
민백미꽃은 그냥 흰색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흰색이 더 예쁘지만 백미꽃처럼 빛깔이 없으니 민백미꽃이다. 하지만 그것은
오로지 보는 사람의 입장일 뿐 꽃 자체에는 비교하기 어려운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민백미꽃은 산과 들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주로 반그늘이고 물 빠짐이 좋은 비옥한 토양에서 자라며, 키는 30~60㎝이다.
줄기를 자르면 우유 같은 유액이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잎은 길이가 8~15㎝, 폭은 4~8㎝로 양면에 잔털이 있으며 타원형이고
마주난다. 꽃은 5~7월에 피는데 지름이 약 2㎝로 원줄기 끝과 윗부분의 잎겨드랑이에서 나오고 펼쳐지듯 달리는것이 특징이다
꽃 안에 들어 있는 백색은 삼각형이고 5개로 갈라진다. 열매는 8~9월경에 달리고 종자는 익으면 흰색털이 달려 있다.

민백미꽃은 박주가리과에 속하며, 그냥 민백미 혹은 개백미, 흰백미라고도 부른다. 박주가리과는 전 세계에 100속 1,700종이
있는데, 대부분 열대 지방에서 자라며, 우리나라에는 5속 10종이 자란다. 관상용으로 쓰이며, 뿌리는 약재로 쓰인다. 우리나라
와 일본, 중국 북동부 등지에 분포한다. 민백미꽃의 꽃말은 "그대 곁에 머물고 싶어요" 라고 한다.

백두대간 1,061m 무명봉에 있는 이정목에 도착하였다.

1,061m 무명봉은 조침령에서 구룡령 구간에 있는 봉우리로 이곳에서 백두대간길은 기억자로 꺽어지는 길목이다.

1,061m 무명봉 부근에 있는 쉼터..

백두대간 조침령으로 가는 능선길은 얼마나 사람들이 많이 다녔는지 신작로 길 같다.

하여 이제는 백두대간을 하면서 길을 잃어 알바를 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요소요소마다 백두대간을 알리는 이정목들이 설치되어 있고..조금 가파른 급경사에는 나무계단과 안전로프줄도 설치되어 있다.

이런 로프줄은 겨울철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설치이다.

일명 바람부리 사거리에 도착하였다. 왼쪽은 바람부리로 가고, 오른쪽은 양양 연내골 황이리로 내려가는 사거리이다.

우리들은 백두대간길을 버리고 왼편 바람부리골로 내려갔다.

참나무에 기생하는 일엽초..

사람들이 다닌 흔적조차 전혀없는 미로의 숲속 계곡이다.

아침에 올라간 계곡은 급경사에 크고 작은 와폭들로 이루어져 있는 험악한 계곡이였는데..

이쪽 바람부리 계곡은 작은 와폭도 하나 없는 유순한 계곡이다.

그래서인지 계곡 아래쪽은 화전민들이 살았던 흔적들이 아직도 여러곳 남아 있다.

산목련..함박꽃..

김일성이 좋아해서 이북의 국화라고 한다나 뭐라나..^^

백두대간 바람부리 사거리에서 이곳까지 오는데, 한번도 쉬지 않았는데 약 한 시간 정도 걸렸다.

하루 종일 는개비와 안개로 가득했던 날씨가 날머리 부근에 내려오니 화창하게 맑은 날씨로 바뀌고 있다.

묵정밭을 지나고.. 저기 보이는 건물은 예전에 없던 건물로 최근에 생긴 건물인데..무슨 용도의 건물일까..?

새로 잘 포장된 길을 따라 걸었다. 이 길은 뒤에 있는 이상한 건물로 진입하는 막다른 길이다.
아무런 안내간판도 없는 막다른 이 길 끝에 있는 건물은 도대체 무슨 용도의 건물일까..? 사람이 상주하는 건물이 아니던데..

바람부리교 다리위에서 바라본 아침에 올라간 계곡(화살표) 방향이다.

내 기억속에는 예전에 저곳에 농가가 한 채 있었다. 지금은 도무지 알 수 없는 이상한 건물(화살표)이 한 채있다.
나중에 알아 낸 사실인데, 저 건물은 서울양양고속도로 터널에 공기를 교환해 주는 시설물이라고 한다. 큼큼~

쇠나드리이며 바람부리라고 하는 곳에서 바라본 설피마을 방향..앞쪽 왼편 높은 봉우리(800m) 너머가 조침령이다.
그리고 오른쪽 안부는 쇠나드리고개이고.. 우리들은 바람부리고개 방향에서 내려왔다.

다리 아래에서 간단한 씻기를 하고 돌아 갈 시간이 여유로워서 약 1km 아래쪽에 있는 아침에 물을 건너던 곳으로 갔다.
남아있는 간식을 먹고, 물수제비놀이도 하며 망중한의 시간을 보내다가 아침에 타고 온 택시를 콜하였다.

모처럼의 먼산산행이 는개비와 안개로 보물(?)찾기 산행이 백두대간길 걷기 산행으로 바뀌었지만 그런대로 의미있는 산행이였다
더군다나 백두대간의 몽환적인 분위기와 한번도 인간들의 간섭을 받지 않은 천연림의 숲속은 내 기억속에 오래 남을 풍경들이다.
18시 40분에 현리에서 홍천으로 가는 시외버스타고 돌아가며 생각해 보니 오늘도 대중교통으로 한치의 오차도 없이 오지산행을 더불어 님들과 함께 즐길수 있어서 행복했던 하루산행이였다. 동행해 주신 더불어님들에게 거듭 감사함을 전한다.
2019/06/14 - 휘뚜루 -
새벽비 / 김두수

↑ 2019년 06월 11일 백두대간 1,114m 무명봉 산행 코스(녹색 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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