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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산행기

너에게로 가는 나홀로 산행.. 강화도 별립산(別立山)

by 휘뚜루50 2019. 9. 12.
▒ 너에게로 가는 나 홀로 산행.. 강화도 별립산(別立山)
         - 2012/12/24 -




▒ 저물어 그리워지는 것들 / 이 기철

나는 이 세상을 스무 번 사랑하고 스무 번 미워했다
누군들 헌 옷이 된 생을 다림질하고 싶지 않은 사람 있으랴~!

유독 나한테만 칭얼대는 생.. 돌멩이는 더 작아지고 싶어서
몸을 구르고 새들은 나뭇잎의 건반을 두드리며 귀소한다



오늘도 나는 내가 데리고 가야 할 하루를 세수시키고
햇볕에 잘 말린 옷을 갈아 입힌다.

어둠이 나무 그림자를 끌고 산 뒤로 사라질 때
저녁 밥 짓는 사람의 맨발이 아름답다.



개울물이 필통 여는 소리를 내면 갑자기 부엌들이 소란해진다
나는 저녁만큼 어두워져서는 안된다.

남은 날 나는 또 한 번 세상을 미워할는지..
아니면 어제보다 더 사랑할는지..



저물어 그리워지는 것들이 수두룩한 요즘.. 홀로 외따로 저 만큼 고독하게 떨어져 있는 별립산으로 갔다.
별립산(別立山:399m)은 한자음 그대로 다른 산줄기와 연결되지 않고 독자적으로 홀로 우뚝 솟았다고 해서
별립산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북한과 인접한 거리라 민간인들은 얼씬도 못하던 산이였다.



36년전 지인의 도움으로 별립산을 자동차로 잠깐 다녀온 적이 있다. 그런데 지난번 고려산을 산행하며
별립산이 개방되어 민간인들도 등산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오늘 나홀로 산행을 시도한 것이다.



[별립산입구]라는 버스 정유장에 내려서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산행안내표시판은 그 어디에도 없다.
이럴때는 대충 짐작으로 갈수 밖에..그런데 오른쪽 길을 따라가다보니 마지막집에서 길은 끝나있었다.

사방이 철조망으로 막혀있어서 집주인을 불러 보았지만 외출중인지 아무도 없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별립산입구에서 등산산로는 없다. 주변의 땅이 모두 사유지라 주인들이 철조망으로 막고 있으므로..



그러니 강화군에서 버스정유소까지 설치하였지만 산으로가는 등산로 표시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현재 별립산등산로는 유일하게 [서해유스호스텔] 대형 입간판이 있는 곳에서 유스호스텔쪽으로 가면 되는데,
이것 또한 유스호스텔 주차장을 가로질러 가면 되는데, 그 길도 사유지라고 관리인이 유스호스텔직전 오른쪽
으로 빙 돌아서 가라고 한다. 그런데 그 길은 안내자 없이 초행은 십중팔구 길 없는 산행을 하게 된다.
걍~! 그러니 유스호스텔 관리인에게 사정해서 그 길로 가는게 가장 쉬운 산행길이다.



이러한 사실은 산행후에 알게 된 사실이고.. 나는 그냥 철조망을 넘어 내 전공대로 길 없는 산행을 시작하였다.
산을 오르며 보니 마치 공동묘지같았다. 조금만 번듯한 곳이면 무덤들이 있었다. 아마도 사유지라서 그런가
보다. 또 무덤 주변의 수십년된 상수리 나무들이 무덤의 그늘을 방지하기 위해 가차없이 배어져 있었다.



십여기의 가족묘지대를 지나 조금 올라가면 [절약수터 130m]라고 표시한 작은 입간판이 있다.



[절약수터] 입간판을 따라 가면 제법 먾은량의 약수물이 나오고 있었다. 일백퍼센트 암반수의 맛은
아니였지만 상큼하고 청량한 물맛은 일품이였다. 별립산산행시 필히 들려서 물맛을 볼 것을 권한다.



약수터 위쪽에 자리잡은 절터는 돌축대만 있을뿐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실제 건축물이 들어셨던 절은 아니고
6,25 이후에 누군가가 절을 설립하려다 최전방지대라 군의 반대로 방치된 곳 같았다.



절약수터에서 온기가 느껴지는 약수물을 실컨 들이키고 빽하여 등산로로 가지않고 내 스타일의 길 없는 코스를
선택하였다. 키작은 잡목들과 가시나무(산초)들이 방해공작을 벌이는 곳을 어렵게 통과하다 뜻밖의 영지버섯을
만났다. 주변을 살펴보니 크고 작은 것들이 대여섯개 있었다. 제철에 한번 다녀가야겠다.



비로서 전망이 열리는 능선에 올랐다. 좌측 아래가 창후리 선착장이고 우측 건너편 섬이 교동도이다.



본 등산로에 합류하여 오른 봉우리이다. 주변의 해송과 잡목들로 조망권은 별로이다.



잠시 해송과 아카씨아 잡목들이 울창한 안부로 내려섰다가 다시 오름길에 들어 셨다.



조금은 가파른 오름길에서 부터는 좌우로 제대로 된 전망이 열리고 있었다.
아래로 보이는 공사는 인화에서 교동도을 잇는 연육교 공사이다.



가파른 오름길을 오르며 우측으로 바라보면 창후리 선착장 마을이 발아래로 보이고, 바다 건너 왼쪽은
석모도의 상주산(264m)이고, 오른쪽은 교동도의 화개산(259m)이다.



창후리 수로가 가로 지나가는 망월평야 넘으로 석모도의 해명산(308m)과 낙가산(267m) 상봉산(316m)이
조망되고 있다.



별립산(別立山:399m) 정상이다. 정상 표시석은 산아래 강서중학교 17회 동창생들이 애향심을 발휘하여
설립한 것이다. 멀리 고려산과 혈구산 정상이 보인다.



현재 정상 표시석(385m) 건너편에 있는 공군부대이다. 원래는 저곳이 정상(399m)이다. 대동지지, 대동여지도,
조선지지 등등의 여러 문헌을 조사해 보니 별립산이라는 지명은 강화의 다른 산들과 줄기가 연결되지 않고
따로 떨어져 있어서 별립산이라 불렀으며 [준호산]이란 별칭도 있었다. 즉 산의 모양이 호랑이가 앉아
있는 모습과 같다고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산의 높이에 따라 조망권이 결정되는게 보통인데.. 별립산은 이름 그대로 산의 높이와 관계없이 특급수준이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북녁의 개성땅은 손에 잡힐듯이 바로 눈앞이였는데, 똑딱이 디카는 영 아니올시이다..^^



동서로 가르는 창후리 수로의 망월평야 넘으로 진강산(443m)과 마니산(470m)이 실루엣으로 보일듯 말듯한다.



멀리 문수산(文殊山, 376m)과 고려산(高麗山, 436m)도 보인다.



왼쪽부터 고려산(m), 혈구산(m), 진강산(443m)이다.



창후리 선착장 앞바다의 왼쪽은 석모도의 상주산(264m)이고, 오른쪽은 교동도의 화개산(259m)이다.



오랜시간동안 정상에 머물고 있어도 아무도 오는 사람이 없다. 아직은 일반 등산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산인가 보다. 산행을 하며 보니 등산로 주변에 진달래나무가 상당히 많은 것으로 보아 진달래필때
찾으면 좋을 것 같다. 아니면 산행을 하며 호젖하게 전망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올랐던 길을 따라 되돌아 하산하고 창후리에서 별립산을 바라보았다.
등산로는 좌측 산 능선으로 쭉 연결되어 있었다.



창후리에서 강화읍까지 가는 버스는 대략 한 시간에 한번 정도있다.
대략 30분 정도 시간이 있기에 이곳 저곳을 끼웃꺼려 보았다.



시간이 멈춰버린 곳으로 알려진 교동도로 가는 창후리 여객선 터미널이다.



창우리 생선어판장이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고기잡이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생선가게에는 마른생선과 젖갈류만 있다.



창우리 어판장 건너편 양지바른 담벼락에 활복된 누드생선들이 해바라기를 하고 있었다.



연이은 한파에 꽝소리나게 얼어붙은 겨울바다를 바라보며 저물어 그리운것들을 하나씩 벗어 던졌다.
남은 날 나는 또 한 번 세상을 미워할는지.. 아니면 어제보다 더 사랑할는지..
정답을 찾지 못한 체 버스를 타고 창후리를 떠났다.



2012/12/25 - 휘뚜루 -

Autumn Leaves(blues guitar)
Eric Clap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