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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대하여

'꿀벌 100년 전쟁'..양봉과 재래봉 화해의 길 찾았다.

by 휘뚜루50 2022. 9. 10.

▒ '꿀벌 100년 전쟁'..양봉과 재래봉 화해의 길 찾았다.


2000년 전 들어온 재래꿀벌, 1910년 도입한 양봉꿀벌에 밀려
꿀 속 DNA 분석해 보니 밀원 식물 73%가 경쟁 없어
재래벌은 밤나무, 양봉은 아까시..밀원 식물 충분하면 공존 가능

 

나무로 만든 벌통 속의 재래꿀벌. 먹이 식물만 충분하다면 유럽산 양봉꿀벌과 공존이  가능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000년 동안 우리 조상에게 귀한 식자재이자 약재인 꿀을 제공해 오던 재래꿀벌은 100여년 
전 도입된 서양꿀벌에 의해 산골짜기로 밀려났다. 그러나 양봉을 금지한 보호구역 안에서 
근근이 지탱해 온 것으로 알려진 재래꿀벌(토종꿀벌, 한봉)이 실은 양봉꿀벌과 먹이 자원
을 나누며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정철의 안동대 식물의학과 교수(곤충생태학) 팀은 재래꿀벌과 양봉꿀벌을 함께 치는 양봉장
을 연구지역으로 정했다. 안동호 주변의 산자락 농경지에 있는 이 양봉장에서 수확한 꿀에서 
밀원 식물의 디엔에이(DNA)를 추출해 분석하는 방법으로 두 꿀벌의 관계를 연구했다.

 

양봉꿀벌은 서유럽에서 100여년 전 들여온 외래종이다. 생산성이 높아 전체 봉군의 96%를  차지한다.

 과학저널‘사이언티픽 리포츠’ 최근호에 실린 이들의 논문을 보면 조사한 꿀에서 주변 
농작물과 야생화 56개 속의 식물 디엔에이가 나왔는데 이 가운데 73%는 각 꿀벌 종이 
배타적으로 찾은 종류였다. 두 꿀벌이 함께 이용해 먹이경쟁이 일어날 수 있는 
식물은 27%에 지나지 않았다.

꿀벌은 꽃에서 꽃꿀과 꽃가루를 따 벌통에 가져와 토하거나 저장하기 때문에 꿀을 분석하면 
벌이 어떤 식물에서 먹이를 구했는지 알 수 있다.

정 교수는 “일반적으로 비슷한 생태적 지위에 있는 외래종이 침입하면 토착종이 생존 위협
을 받는다”며 “그런데 도입 100년이 넘어가면서 재래꿀벌과 양봉꿀벌은 공존해 나갈 수 
있음이 이 연구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 고구려 초 중국서 들여온 재래꿀벌

 

재래꿀벌의 모습. 양봉꿀벌이 노란 바탕의 몸통에 검은 줄이 났다면 재래꿀벌은 전체적으로 검은빛이 돈다. 몸 전체에 황색 털이 골고루 덮였다.

애초 동남아가 원산지인 재래꿀벌이 처음 중국에서 한반도에 들어온 것은 고구려 건국 초기
인 기원전 37∼19년 사이이며 이후 백제와 신라 등으로 전파된 것으로 알려진다. 신라 신문
왕이 귀족 자제의 혼사에 꿀을 예물로 보냈다는 ‘삼국사기’ 기록이나 발해가 일본에 2차
례에 걸쳐 꿀을 보냈다는 ‘속 일본기’ 기록이 남아있다.

이승환 서울대 교수팀이 국내 재래꿀벌의 도입 역사를 정리한 2016년 ‘한국 양봉학회지’
는 “10세기 전까지 꿀 생산량은 서민층에게까지 꿀과 관련 문화가 전파될 정도로 많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고 가치가 큰 식재료나 약재로 이용되었을 것”이라고 적었다.

조선 시대 들어 양봉 기술의 발달로 생산량이 늘었음은 “2월 초하루 농사일이 시작되기 
전 노비에게 꿀을 바른 떡을 지급했다”는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재래꿀벌의 꿀은 1년에 한 번 따기 때문에 충분히 숙성되어 농도가 진하고 다양한 식물의  꽃꿀이 혼합되어 향이 독특하다.

그러나 1910년대 독일 출신의 분도회 선교사 카니시우스 퀴겔겐(具傑根, 1884~1964) 신부 
등이 서유럽의 양봉꿀벌을 도입하면서 재래꿀벌은 강력한 경쟁자를 맞게 됐다.

▶ 96%가 양봉꿀벌


한반도에서 오래 살아온 재래꿀벌은 추위에 강해 이른봄과 늦가을까지 활동하고 하루 중 
활동시간 도 양봉꿀벌보다 1시간 길다 . 그러나 양봉꿀벌은 재래꿀벌보다 몸집이 더 크고 
더 멀리 꿀을 따러 가며 단일한 밀원에 집중해 생산성도 높다 .

재래꿀벌이 1년에 한 번 꿀을 따지만 양봉꿀벌은 수시로 꿀을 따는 데서 비롯한 차이도 
있다. 정철의 교수는 “사람에게 꿀을 빼앗기는 양봉꿀벌은 늘 긴장 상태이고 먹을 게 
많은 재래꿀벌의 꿀을 훔치는 등 더 공격적인 행태를 보인다”며“이 과정에서 바이러스성 
질병을 옮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1960년대 이후 양봉꿀벌은 재래꿀벌을 밀어내고 지배종이 됐다. 2020년 농림축산식품부 
통계를 보면 전국에서 3300가구가 재래꿀벌 9만8000군을 치는 데 견줘 양봉꿀벌은 
2만4000가구가 258만 군을 쳐 양봉꿀벌이 전체의 96%를 차지한다.

특히 재래꿀벌은 2009∼2010년 사이 전국에 낭충봉아부패병이 돌아 75%가 사라지는 
큰 타격을 입었다. 그렇다면 토종벌은 사라질 운명에 놓인 걸까.

 

재래꿀벌과 양봉꿀벌의 봉군수 변천. 1960년대를 지나면서 양봉이 재래봉을 누르기  시작했다. 오민석 외 (2016) ‘한국양봉학회지’

이번 연구는 공존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다. 정 교수는 “조사 결과 두 종이 경쟁하지만 
밀원 등 먹이 공급원을 분할하면서 공존할 가능성을 제시한다”며 “자원의 양을 확대할 
경우 그 가능성은 더 크다”고 말했다.

▶ 한봉은 다래나무, 양봉은 감나무 선호

 

꿀 속 디엔에이로 분석한 밀원 식물의 종류(A, B, 속명). 두 꿀벌의 공동 밀원 식물과  배타적 밀원 식물(C). 사이드 모하마드 제이드 나민 외 (2022) ‘사이언티픽 리포츠’  제공.

실제로 밤나무속 배추속 초피나무속은 재래꿀벌만이 찾았고 족제비싸리 아까시나무 참나무
속 등은 양봉꿀벌만의 밀원이었다. 또 재래꿀벌의 꿀에서 다래나무와 옻나무 속 식물이 
40%를 차지했지만 그 비중은 양봉 꿀에서는 7%에 지나지 않았고, 반대로 감나무는 양봉
에서 15%의 비중이었지만 한봉에서는 2%에 지나지 않아 두 종에게 중요한 밀원 식물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추위가 가시지 않은 이른 봄에 피는 개암나무와 배추, 매화나무가 재래꿀벌 차지라면 
아까시나무와 족제비싸리 등 외래식물은 양봉꿀벌의 단골 밀원이다.

안동에서 양봉 50통과 한봉 6통을 함께 치는 양봉가 임영대 씨는 “혀가 긴 양봉은 꿀샘이
깊은 아까시나무에 몰리지만 혀가 짧은 한봉은 꿀샘이 얕은 야생화와 밤꽃에 몰리는 식으로 
서로 좋아하는 꽃이 다르다”며 “밀원만 충분하다면 두 종이 싸우지 않아 함께 기르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도 “재래종이든 양봉이든 꿀벌이 모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두 종의 자원 이용 
방식을 잘 고려해 밀원 자원 조성한다면 꿀벌 보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자료출처 / 한겨레신문 조홍섭 기자

 

2022/09/10 - 휘뚜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