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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에 관한

지리산 천왕봉은 무덤이 됐다…하얗게 죽어간 구상나무들..

by 휘뚜루50 2022. 12. 16.

▒ 지리산 천왕봉은 무덤이 됐다…하얗게 죽어간 구상나무들..

 

 

무덤이었다. 지리산 정상 천왕봉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무덤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전 세계에서 
한국에만 서식한다는 구상나무가 집단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등산객들의 발걸음을 쫓아 해발
고도 1,600m 지점에 오르니 울창한 숲이 계속되던 아래와는 다르게 앙상한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구상나무들의 ‘집단 무덤’이 시야에 들어왔다. 가을 산행의 정취가 
물러가고 비로소 기후위기의 심각성이 느껴졌다.

↑ 구상나무, 한라산 백록담 주변, 녹색연합

천왕봉 남사면에 위치한 죽음의 숲
구상나무의 집단 고사가 본격화한 것은 대략 10년 전부터다. 특히 녹색연합이 구상나무를 집중 
모니터링 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지리산 6개소의 대표적인 집단 서식지에서 구상나무의 
극심한 고사가 목격되고 있다.

지리산 정상 봉인 천왕봉, 중봉, 하봉 등의 집단 서식지 중에는 최고 90%까지 고사가 나타나는 
곳도 있다. 실제로 해발고도 1900m 지점에 직접 오르니 성한 구상나무를 찾는 것은 아예 불가능
했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해가 잘 들어 다른 곳보다 기온이 높은 천왕봉 남사면은 
구상나무의 고사가 특히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지구의 기온이 급속도로 상승하면서 온도에 
예민한 구상나무가 고사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그의 설명이 뒷받침했다.

새하얗게 고사한 구상나무를 보고 몇몇 등산객들은 “고풍스럽게 생겨 운치를 더해주는 나무”
라며 연신 사진을 찍었다. 죽어가는 나무를 기념하는 상황이 씁쓸하면서도 아직 구상나무 
문제가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구성나무 지리산 중봉 서남사면 녹색연합

구상나무 죽음의 연쇄작용
구상나무는 해발고도 1200m 이상에서 자생하는 한국 고유수종이다. 이러한 구상나무의 죽음은 
단순히 한 수종의 멸종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한 그루의 나무는 다양한 생물들과 연결되어 있다. 
구상나무를 터전 삼아 살아가는 미생물과 곤충류는 200여 종에 달한다.

구상나무의 멸종이 이 생명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현재 상황에선 가늠할 수조차 없다. 
생태계의 촘촘한 연결망을 인식하고 구상나무를 살리기 위한 환경부의 실질적인 조치가 취해
져야 하는 이유다.

녹색연합 역시 구상나무 고사를 생물다양성과 관련지어 중대한 문제로 간주하고 있다. 녹색연합은 
“국제사회는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을 한 몸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기후위기의 대응에서 생물
다양성을 핵심 의제로 삼고 있다”며 “기후위기로 인한 생물종의 멸종은 결국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 지난 5월 녹색연합이 촬영한 지리산 법계사~천왕봉 코스 주변 구상나무 집단고사 현장. 사진 녹색연합

구상나무 문제는 예상 못한 또 다른 피해를 유발할 수도 있다. 고사한 구상나무의 뿌리는 땅속
에 깊이 박혀있을 수 없다. 혹여 폭우라도 쏟아지면 가파른 등산로 주변에 위치한 구상나무가 
통째로 뽑혀 등산객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그러나 담당 부처의 대비는 미흡하다. 국립공원
공단에서 일부 지역에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나 예산과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 구상나무의 
죽음을 관계 당국이 심각하게 인식해야 하는 이유다.

시민들의 관심을 먹고 자라는 구상나무
지리산이 1967년 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배경에는 시민들이 있었다. 전후 시기 ‘재건 붐’
이 일던 당시에 도벌꾼들은 지리산에서 하루에만 트럭 250대 분량의 나무를 무단 벌목했다. 
날마다 황폐해져 가는 지리산을 보호하기 위해 ‘연하반’이라는 산악회를 중심으로 뭉친 
구례군 주민들은 십시일반 자금을 모아 국립공원 추진위원회를 꾸려 지속적인 캠페인을 
이어나갔다. 지리산을 보호하기 위한 주민들의 염원이 현재의 풍요로운 지리산을 만들었듯이 
구상나무 보호 과정에도 시민들의 관심이 절실하다. 이러한 관심이야말로 정부의 지속적인 
조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진정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구상나무 고사에 따른 피해는 
결국 시민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승엽 녹색연합 기후위기 적응 기록단

국제 멸종위기종 구상나무

구상나무(Abies Koreana)는 학명에서도 드러나듯 한국 고유종이다. 전 세계에서 오직 한반도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에서만 집단 서식하는 귀한 종이다. 하지만 구상나무는 국제 자연 보전
연맹(IUCN)의 멸종 리스트에 올라가 있다. 

한반도에서 호랑이 다음으로 멸종 경고등이 켜진 생물종이다. 멸종위기‘적색목록’을 작성하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역시 구상나무를 위기종으로 지정해 보전이 시급함을 알리고 있다. 
이대로 고사가 진행된다면 10년 뒤 구상나무는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IUCN 적색목록(Red List)은 1963년에 만들어진 세계에서 가장 포괄적인 지구 식물 및 동물 종의 
보전 상태를 살피는 목록이다. 미평가, 정보 부족 단계를 제외하고 7단계(△최소 관심 △준위협 
△취약 △절멸 위기 △절멸 위급 △야생 절멸 △절멸)로 나뉜다. 구상나무는 이 중 4단계인 
‘취약’ 단계로 야생에서 절멸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로 보고되었다. 

하지만 이조차 약 10년 전 정보로, 최근 정보를 반영한 등급 조정이 필요하다.
한반도 주요 침엽수종 역시 예외는 아니다. 분비나무(Abies nephrolepis) 최소 관심, 잣나무
(Korean pine) 최소 관심, 전나무(Abies holophylla) 준위협, 주목(Pacific yew) 준위협 단계
에 등재되어 있다.

기후 위기로 인한 침엽수 고사 문제는 한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2013
년부터 전 세계 침엽수림의 34%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음을 경고해왔다. 아시아, 유럽, 북아메
리카 등 세계 곳곳에서 90년대 후반부터 고사 현상이 급증했다. 아시아의 경우 중국, 러시아, 
터키 등에서 가뭄에 의한 침엽수의 광범위한 고사가 진행되어 왔다.

말레이시아(12~28%), 인도네시아 열대우림(37~82%), 한국 구상나무(20~50%), 중국 소나뭇과 
(50만 헥타르), 러시아 산림(40만 헥타르)이 대표적이다. 유럽도 예외는 아니다. 스위스, 
프랑스, 폴란드, 그리스 등지에서 고사 현상이 침엽수에서 20%가량 늘었다. 북미대륙 역시 
서부를 중심으로 소나무, 전나무, 가문비나무 등의 광범위한 고사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캐나다는 전체 산림 면적의 절반 이상이 침엽수로 구성돼 전 국가적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치와 관계없이 10년 후에는 구상나무를 볼 수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 원인은 
‘멸종’이다. 겨울 기온 상승과 적설량 감소로 인한 ‘수분 부족’으로 인한 고사가 가장 큰 
원인이다. 2010년 이후 건조한 봄과 겨울을 10년 동안 견뎌낸 구상나무는 더 이상 살아남지 
못하고 있다.

침엽수 고사 현장을 모니터링하는 시민모임 그린백패커는 “구상나무의 대표적인 집단 자생지인 
천왕봉, 중봉, 하봉 구간과 반야봉 일대에서 집단 고사가 빠르게 확산 중이며 천왕봉 남사면의 
경우 전체 수목의 90%가량이 고사가 진행된 상태”라고 말했다.
신동주 녹색연합 기후위기 적응 기록단

 

☞ 자료출처 /한겨레신문에서..

 

2022/12/16 - 휘뚜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