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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대하여

그 노래 그 사연.. 정훈희‘안개’, 미래를 알 수 없는 우리네 세상살이..

by 휘뚜루50 2022. 10. 3.

안개 / 정훈희(클릭하여 듣기)

 

▒ 그 노래 그 사연.. 정훈희‘안개’, 미래를 알 수 없는 우리네 세상살이..


나 홀로 걸어가는 안개만이 자욱한 이 거리 그 언젠가 다정했던 그대의 그림자 하나 
생각하면 무엇하나 지나간 추억 그래도 애타게 그리는 마음 
아~아~ 그 사람은 어디에 갔을까 안개 속에 외로이 하엽없이 나는 간다
돌아서면 가로막는 낮은 목소리 바람이여 안개를 걷어 가다오 
아~ 아~ 그 사람은 어디에 갔을까 안개 속에 눈을 떠라 눈물을 감추어라 


(박현 작사, 이봉조 작곡, 노래 정훈희)

 


제75회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박해일, 탕웨이 주연의 영화 '헤어질 결심'이 개봉했다.
박찬욱 감독의 11번째 장편영화로 가수 정훈희의 노래‘안개’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박 감독은 평소 이 곡을 좋아했다고 한다. 어느 날 윤형주와 송창식이 결성한 트윈폴리오도
‘안개’를 불렀다는 것을 알게 됐고 유튜브로 감상하다가 영화 제작을 결심했다.

노래‘안개’는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霧津紀行)"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이 소설은 
지금까지도 작가 지망생들에게 필사 책으로 유명할 만큼 영감을 주는 문학작품으로 꼽힌다.

내용은 이렇다. 상경해 여러 실패를 경험한 주인공 윤희중이‘안개 나루터’라는 뜻을 가진
고향 무진으로 돌아와 음악교사 하인숙, 고향 선후배 박. 조와 모호한 관계를 맺는 2박3일
의 여정을 그린다.

 


"무진기행"은 1967년 김수용 감독, 신성일, 윤정희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작곡가 
이봉조가 주제가를 맡았다. 이봉조는 동명의 주제가를 부를 가수를 찾던 중 정훈희를 

소개받았다. 

 

부산 출신 정훈희는 피아니스트 정근수를 중심으로 하는 음악 가족의 일원으로 노래를 

부르고 싶어 만 16세였던 고등학교 1학년 때 서울에 왔다. 이후 그랜드호텔 나이트클럽 

밤무대에서 노래하다가 이봉조를 만난 것이다.

 

영화 '안개'는 1967년 개봉과 동시에 동명의 주제가도 공개됐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고 
음반도 40만장 이상 판매되면서“소설도 걸작, 영화도 걸작, 노래도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시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돌아와서, 박 감독은 제작을 기획할 때 정훈희와 송창식이 
각각 부르는‘안개’를 녹음해 사용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송창식이 거절하는 바람에 
무산됐고 정훈희 버전만 실었다. 

 

하지만 아쉬움이 컸던지 송창식이 운영하는 라이브카페 ‘쏭아’에 정훈희와 함께 

찾아가 다시 한번 설득했고 결국 듀엣 버전‘안개’를 녹음할 수 있었다. 

 

박 감독은 인터뷰에서 두 사람이 함께 노래를 부를 때 콧날이 시큰해졌다고 밝혔다. 
듀엣 버전 노래는 영화 엔딩크레디트에 흐른다.

 


미래를 알 수 없는 안개 같은 우리의 세상살이. 두 손 모은 기독교의 간절한 신을 향한 
기도도,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불교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도 위로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에는 한편의 영화와 노래가 위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폭염이 엄습하지만 소설로 시작해 영화와 노래로 그리고 다시 영화로 제작돼 칸영화제 
감독상으로 50년간 이어지는 거대한 한국 대중문화의 궤적을 따라가며 더위를 식혀본다.

☞ 글쓴이 / 박성건(대중음악평론가)

 

2022/10/03 - 휘뚜루 -